밴드 노리플라이 멤버…첫 솔로 앨범 '어 도어' 발표
"쉬는 동안 음악에 대해, 인생에 대해 돌아봤어요. 치열했던 삶의 한순간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 인생에서 하나의 문을 지나온 과정, 그 의미를 기록한 게 바로 이번 앨범입니다."
2인조 밴드 노리플라이(No Reply)의 권순관(31)이 첫 솔로 앨범 '어 도어'(A Door)를 들고 가요계에 돌아왔다.
2011년 7월 노리플라이 미니 앨범 '콤마'(Comma)로 활동한 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2006년 제1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노리플라이는 2008년 싱글 '고백하는 날'로 가요계에 데뷔, 유려하면서도 따뜻한 선율과 노랫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데뷔 후 3년간 정규 음반 두 장, 미니 앨범 한 장을 내며 왕성하게 활동한 노리플라이는 멤버 정욱재의 군 복무로 인해 '콤마'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혼자가 된 권순관은 가족·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다니고,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땀도 흘리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가수 박지윤, 그룹 2AM 등 몇몇 가수의 음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권순관은 그동안 김현철, 이승환, 윤하 등의 음반 작업에 작곡가로 참여해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최근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순관은 "노리플라이로 세 장의 음반을 내며 정신없이 활동했던 터라 휴식이 필요했다"면서 "여기저기 놀러다니면서 잘 쉬었다"며 웃었다.
"돌아보면 20대는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초반엔 막연하고 불투명했죠.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앞날을 고민해야 했어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하고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부터는 제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작곡으로 음악을 시작한 터라 노래를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일이 너무 바빴거든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죠." #p#分页标题#e#
그는 "지난 1년여의 시간은 폭풍 속에 있던 내가 밖으로 빠져나와 그 형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기였다"면서 "사람이 문을 여닫고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것처럼 나도 치열했던 삶의 시기를 지나왔더라. 그 과정을 정리하고, 기념하기 위해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門)이라는 뜻의 '어 도어' 앨범에는 타이틀 트랙 '그렇게 웃어줘'를 포함해 모두 11곡이 담겼다.
'그렇게 웃어줘'에 대해 권순관은 "헤어짐이라는 건 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지 않나"라면서 "이별 노래지만 너무 슬프지만은 않게 쓰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첫 트랙인 '홈 어게인'(Home Again)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다시 안정을 찾은 권순관의 내면을 반영한 곡.
마지막 트랙 '어 도어'와 감정선이 이어진다.
광활한 우주에 대한 경외를 풍성한 사운드로 표현한 '별'은 원테이크(끊지 않고 한 번에 녹음하는 것) 방식으로 녹음한 곡.
"강원도에 놀러 갔을 때 밤하늘을 보고 감동받아 만든 곡이에요. 도시에 있을 땐 불빛 때문에 별을 보기 힘들었는데 그곳에선 광활한 우주를 느낄 수 있더군요. 난 너무나 작은 존재구나, 새삼 느꼈죠.(웃음) 감정선에 따라 템포가 변하는 곡이라 오케스트라랑 동시에 녹음했는데 다행히 잘 나왔습니다. 지금 들어봐도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이렇게 잘 맞출 수 있었을까 신기해요."
권순관은 '어 도어'를 녹음하며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고 했다.
"내 얘기를 하는 거니까 그냥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하고자 했죠. 노리플라이 시절에는 욱재랑 같이 쓴 곡이 대부분이라 사물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 많았는데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었죠.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음악이 더 편해졌다, 따뜻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정욱재는 '어 도어'를 듣고 "굉장하다"며 극찬을 했다고 한다.
정욱재의 근황을 묻자 권순관은 "잘 지낸다. 원래 재밌는 친구였는데 음악을 쉬는 동안 개그가 더 늘었다"면서 웃었다.
권순관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오는 6월 15-16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안 극장 '용'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는 "오랜만에 팬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 기쁘다"면서 "기회가 되면 소극장 장기 공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순관의 목표는 소설처럼 '이야기가 있는 음악'을 하는 것.
"처음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이 있고 오래 들어서 좋은 음악이 있는데 전 후자가 좋습니다. 처음엔 생경하더라도 뭔가에 이끌려 계속 듣게 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조용필 선배처럼 오래오래 음악 하면서 내 이야기를 거짓 없이 음악에 담아 들려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