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저스트 제아' 발표
"제 오랜 소원을 모두 풀었어요."
최근 을지로에서 만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본명 김효진·32)는 첫 솔로 음반 '저스트 제아(Just JeA)'를 가슴에 꼭 품어보이며 자신감에 찬 투로 말했다.
가수 데뷔 전인 19살 때부터 "우상인 에렉 베넷(미국 유명 알앤비 가수)과 언젠가 듀엣을 하겠다"던 꿈, 초등학교 시절 팬이던 공일오비 정석원의 곡을 부르고 싶은 목표, 여자가 아닌 남자와 듀엣해보고 싶은 소원이 이 음반에서 기적처럼 이뤄졌다는 것이다.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 음반 작업을 한 그는 "이 모든 사람을 내 힘으로 섭외해 음반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배시시 웃어보였다.
제아는 솔로 음반을 2년 전부터 준비했고 1년간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당초 솔로 앨범은 자작곡 일색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과거 가인과 조권의 듀엣곡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를 작곡하고 브라운아이드 걸스 음반에 꾸준히 자작곡을 실으며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엄청 곡을 많이 썼어요. 팝스타 코린 베일리 래의 노래처럼 편안한 사운드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만든 곡들이 비슷한 감성이어서 무척 지루했어요. 그래서 어떤 곡을 부르고 들려주고 싶은지 고민하며 제 감성에 어울릴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보기로 했죠."
에릭 베넷과의 작업은 거짓말처럼 우연히 이뤄졌다.
제아는 지난해 3월 베넷의 트위터에 "나는 당신의 팬이고 한국의 가수다. 다음 콘서트 때 꼭 가고 싶다"는 멘션을 남겼다. 이후 베넷은 답장과 함께 쪽지로 말을 걸어왔다.
"베넷은 제가 (빅마마 출신) 이영현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듀엣한 '하모니' 영상과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 센스(Sixth Sense)' 뮤직비디오를 봤다면서 곡 작업을 같이 해보자고 했어요. 또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해외 팬들로부터 제가 팬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도 했죠. 완전 '땡큐'였어요. 이후 우린 문자로 대화를 나눴고 5월 미국에서, 7월 한국에서 함께 녹음했어요. 지금은 베넷이 절 '리틀 시스터(Little Sister)'라고 부른답니다. 하하." #p#分页标题#e#
베넷이 작사, 작곡하고 제아와 함께 부른 '데이즈&나이츠(Days&Nights)'는 베넷의 히트곡 '와이 유 팔로 미(Why You Follow Me)'의 연장선에 있다. 영어 가사가 대부분이지만 베넷은 '날 잊지 말아줘'란 한글 가사도 소화했다.
이 곡을 첫 트랙에 담은 앨범은 곡마다 장르 변화가 뚜렷하지만 매끄럽게 연결되는 구성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정석원이 작곡한 타이틀곡 '그대가 잠든 사이'는 러닝 타임이 5분에 이른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다이내믹한 편곡과 웅장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제아는 "마치 디바처럼 내 보컬 역량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석원 오빠가 이 곡을 5분짜리와 3분 30초짜리 두 버전으로 들려줬는데 5분짜리 데모곡에서 들어낼 부분이 한군데도 없었다. 나와 오빠의 소녀 감성이 정말 잘 맞아떨어진 노래"라고 설명했다.
제아의 유일한 자작곡으로 정엽이 작사하고 듀엣한 '안아보자'는 따뜻한 사운드의 알앤비 곡. 제아는 "정엽 오빠에게 주고 싶어 만든 곡인데 듀엣을 하게 됐다. 이 노래가 완성돼 가면서 스스로가 사랑스러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웃었다.
비트감 있는 기타 리플과 재미있는 노랫말의 '길고양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더블케이의 랩을 조화시킨 '사일런트 스토커(Silent Stalker)'는 앨범의 무게감을 덜어내는 악센트 역할을 했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주특기인 브라운아이드걸스 음악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제아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음악이 멤버들이 있어 가능한 음악이라면 솔로 음반은 나 혼자서도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이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제아는 이번 음반을 만들며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 꿈이 소박했어요. 피아노 선생님이 되는 거였죠. 은광여고 시절 스쿨밴드 '서치라이트' 활동도 했지만 가수가 되려기보다 성적에 맞춰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어요.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 셈이에요. 대학에서 이정, 이영현 등 보컬 실력이 대단한 친구들을 만난 게 행운이었죠. 그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서 진짜 열심히 연습했고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제아는 지난해는 웅크리고 준비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솔로든, 팀으로든 적극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솔로로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보컬리스트, 콘서트 형 가수로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내 앨범 활동이 끝나면 여행을 다녀온 뒤 브라운아이드걸스 음악을 만들 것이다. 솔로로 입지를 다지려면 팀의 품이 더욱 소중하다. 한때 멤버들이 서로 오해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우린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 연말 공연을 하면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