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맛 좋은 칡순 때깔 나는 안들미 물오른 참쑥 키 크다란 미나리를 덩겅덩겅 뜯어서 파란 꽃떡 만들어서 쏘옥쏘옥 내미니
소가 히이- 우서서 받아먹어서 한 시루 두 시루 잘도 받아먹어서
아하, 햇발은 혓바닥이 무뎌질 만큼 따스웁더라
아해는 신기해서 눈물나게 슬퍼서 하도 하늘 보며 초록웃음 웃고파서(후략) ―서상영(1957∼ )
서양의 기사는 말 타고, 창 잡고, 용 잡으러 다녔다. ‘니벨룽겐의 노래’에는 영웅이 용을 때려잡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 사람들이 피에 물든 노래를 즐겨 부를 때 우리는 꽃에 물든 노래를 잘도 불렀다. 기사 대신 아이가, 말 대신 소를 타고, 창 대신 풀피리 불며 들판 찾으러 다녔다. 소 치는 아이와 아이를 태운 소와 들판이라니. 이 삼박자는 우리 마음을 꽉 채운다. 소 치는 아이는 평생 본 적도 없는데 마치 그들의 목가적인 풍경은 오래 본 듯 익숙하다.
그래서 이 시의 첫 구절을 읽자마자 알아봤다. 아, 이건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구나. 너무나 가고 싶은데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구나. 시에서 아이와 소는 말도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건 잃어버린 고대에서나 가능했던 충만함의 세계다. 시에서는 향내만 풍길 뿐, 저잣거리의 기색 따윈 없다.
이상화 시인이 말한 것처럼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오직 꿈속에만 있다. 흰 소에게 꽃범벅, 풀범벅을 먹이는 꿈을 꾼다면 그 밤은 몹시 설레리라. 하지만 요즘 이런 꿈을 꾼다면 설렘 전에 슬픔부터 느끼게 될 것이다. 올봄에는 저 목련꽃, 제비꽃, 죄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피었다가 사라질 테니까. 하늘 보며 초록 웃음 짓고 싶은 마음은 아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