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신곡 '젠틀맨' 안무 원작자 인터뷰
싸이 측 원작자에 저작료 지불.."안무 저작권 인정받는 계기되길"
'월드스타' 싸이(본명 박재상·36)가 신곡 '젠틀맨'에 사용한 안무인 '시건방 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13일 유튜브에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하루만에 조회수 2천만 건을 돌파했고 미국 빌보드가 이 춤이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2009년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의 안무라고 소개하면서 '시건방 춤'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됐다.
조만간 이 춤을 추는 '젠틀맨'의 패러디 영상이 이어질 조짐이다.
'시건방 춤'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로 활동할 당시 국내에서 크게 히트한 춤이다.
또 이미 해외 K팝 팬들이 커버댄스 경연대회에서 수차례 선보였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춤은 남성 안무팀 '야마'의 전홍복 단장과 여성 안무팀 '핫칙스'의 배윤정 단장이 함께 만들었다.
두 팀은 지난 2007년부터 '야마앤핫칙스'라는 팀명으로 공동 작업하며 '시건방 춤'을 비롯해 카라의 히트곡 '미스터'의 '엉덩이 춤', 티아라의 히트곡 '보핍 보핍'(Bo Peep Bo Peep)의 '고양이 춤' 등을 히트시켰다.
싸이는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와 함께 '젠틀맨'의 안무를 오랜 시간 고심하던 끝에 이 춤을 리메이크하기로 했고 안무를 만든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불하고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한 전홍복 단장은 "싸이 씨 측에서 우리에게 안무를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싸이 씨가 안무 사용료를 지급하고 원작자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혀 수락했다. 또 싸이 씨를 통해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p#分页标题#e#
'시건방 춤'은 도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춤이다.
전 단장은 이 안무는 댄서들이 본격적으로 춤 연습을 하기 전 몸을 풀기 위한 스트레칭 동작에서 응용해 만든 춤이라고 소개했다.
"배윤정 단장과 '아브라카다브라'의 춤을 짜면서 마음에 드는 동작이 없어 답답해 했어요. 마침 배 단장이 골반을 풀 때 하는,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스트레칭 동작을 해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노래 콘셉트가 '섹시'여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동작에 팔짱을 끼는 동작, 도도하고 건방진 표정을 더했어요. 또 몇몇 손동작은 여성들이 담배 피울 때의 모습에서 떠올렸고요."
그는 "안무를 짜기 위해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 듣지만 희한하게도 히트한 춤은 모두 금새 만들어졌다"며 "'엉덩이 춤'도 30분 만에 나왔고 '고양이 춤'도 하루만에 만들었다"고 웃었다.
전 단장은 싸이가 저작료를 내고 춤을 리메이크하면서 안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부각시키는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안무는 음악처럼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아 춤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더라도 부가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댄서들의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통 한곡의 안무를 짜는 비용은 300만-500만원 선이에요. 댄서들이 모여 연습하는 비용도 특별히 받지 못해요. 회당 방송 출연료도 10년 만인 지난해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랐고요. 방송 출연료는 방송사가 주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기획사가 주는 쪽으로 바뀌었죠. 제가 1998년부터 댄서 생활을 시작했는데 15년이 흘러도 바뀐 게 별반 없어요."
전 단장은 K팝이 세계적인 열풍을 이끄는 동력에는 춤이 절반을 차지하지만 댄서들의 상황은 가수, 작곡가들과 달리 개선된 부분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로인해 지난해에는 유명 안무팀의 안무가들이 모인 방송댄스협회가 설립됐다.
방송 출연료 인상, 저작권료 징수 등 안무가의 권익 향상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다.
전 단장은 "방송댄스협회가 한달 전 사단법인이 됐다"며 "협회는 첫번째는 댄서들이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방송사에는 댄서들을 위한 대기실이 없고 방송사 주차장 사용조차 어렵다. 또 안무 저작권을 인정받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데 애쓸 것이다. 그래야 한층 질 높은 춤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싸이 씨로부터 안무 사용료를 받는 것보다 창작자의 저작권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있다"며 "'젠틀맨' 이후에도 한국 안무팀들의 경쟁력 있는 안무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