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의 골목길. 담벼락이 엄청 높은 단독 주택의 대문 앞이다. 담장이나 대문으로 봐서 80년대에 지어진 듯한 분위기. 열쇠고리에 달린 10여개의 열쇠 중에 대문 열쇠를 찾는 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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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 (미진이 두리번거리자) 왜요?
미진 아니 그냥... 정말 혼자 사세요?
영민 예. 이상해요?
미진 아뇨. 영민 들어오세요. 미진이 대문 옆에 위치한 주소를 확인하며 들어간다. 대문을 살짝 열어놓는 미진.
21. 영민의 거처 : 정원 / 밤
돌계단을 오르자 정원 저 편에서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이며 달려온다. 원래 하얀 개였나 본데, 씻기질 않아서인지 시커멓다. 소리를 질러 저편으로 보내는 영민. 미진이 정원을 둘러보면, 정원수들은 손을 본지가 오래 되어서인지 들쭉날쭉하고, 널따란 잔디밭은 여기저기 파헤쳐져 진흙을 드러내고 있다. 양 옆집은 담벼락에 가려져 지붕만 보인다. 영민이 열쇠로 현관을 열더니 미진과 함께 들어간다.
22. 영민의 거처 : 거실 / 밤
거실 구석의 수족관에서 퍼져 나오는 은은한 녹색 조명. 영민이 불을 켜자, 널찍한 거실이 드러난다. 미진 저, 샤워 좀 할께요. 영민 그러세요. 화장실 저기. 영민이 가리킨 문 안으로 들어가는 미진.
23. 영민의 거처 : 화장실 / 밤
들어와 문을 잠그는 미진. 악취가 대단한지 인상을 찌푸린다. 둘러보면, 여기저기 시커먼 때가 잔뜩 끼어 있다. 샤워기를 켜고는 변기 위에 앉아 중호에게 문자를 보내는 미진. 그런데 통화권 이탈 지역이라 전송이 안 된단다. 창가로 가 창문을 열자 벽돌로 막혀 있다. 핸드폰을 들이밀어 보지만 여전히 통화권 이탈지역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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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표정으로 창가에서 벗어나는데, 타일로 된 욕조 저편에 머리카락 뭉치가 보인다. 긴 머리카락... 가까이 들여다보니 동전만한 넓이의 두피가 동반된 머리카락이다. 입을 틀어막고 기겁을 하는 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