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을 하는 미진의 마티즈. 차 안의 미진과 영민. 영민 누구에요?
미진 가게 오빠요. 영민 사장이에요?
미진 예. 영민 왜요?
미진 아녜요. 몸이 좀 안 좋다고 그랬더니... 이제 어디로 가요?
영민 저기요. 저 초소 앞에 대세요. 영민이 재규어가 주차되어 있던 빈자리를 쳐다본다. 그런 영민을 슬쩍 쳐다보는 미진.
19. 수산시장 밖 / 도로 (중호의 차안) 교차 / 밤
한적한 시장의 입구에 ‘기동수사대(이하 기수대)’라 쓰인 봉고차(이하 형기차)가 서있다. 조수석의 30대 남자, 이형사가 오형사, 강형사, 박형사와 함께 대기 중인데
그중 운전석에 앉은 오형사는 여자다. 모두 양말까지 벗어 놓은 채 의자를 젖히고 쉬는 분위기. 이형사와 오형사는 멍하니 시장의 내부를 바라보고 있고, 강형사와 박형사는 뒷좌석에서 자고 있다. 창밖으로 시장 입구에서 시장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는 서울시장이 보인다. 서울시장을 뒤따르는 소규모의 수행원과 경호원, 방송 기자들. 이형사 참... 어렵게 산다. 서울 시장이란 양반이... 이 시간에... 시장바닥에서... 이형사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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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사 어, 중호. 중호 형님, 바쁘세요?
중호는 도로를 주행 중이다. 이형사 (하품) 바쁘지... 중호 어딘데요?
이형사 노량진... 왜?
중호 형님. 전에 말씀드렸던 거 있잖아요?
이형사 뭐. 중호 애들 발른 거요. 그게 도망간 게 아니라 팔려간 거 같애요. 이형사 왜?
중호 번호가 같더라고요. 다른 집인 줄 알았나봐요. 이형사 (강형사의 맨발을 치우며) 아이고... 그래서 그 새끼 잡으러 가는 거야?
중호 예. 이형사 어딘데?
중호 망원동이요. 형님. 지금 바쁘세요? 약간 후달리네. 이형사 바쁘다니까. (기지개 펴며) 지금 바빠요. 기지개를 펴며 오형사를 보는 이형사. 오형사는 조수석 너머를 보고 있는데 표정이 이상하다. 오형사의 시선을 쫓아 창밖을 보면, 웬 중년 남자가 시장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미간을 찌푸리며 유심히 바라보는 이형사. 순간, 남자가 시장의 얼굴을 향해 검정 비닐봉지를 던진다. 비닐이 터지자 똥물을 뒤집어쓰는 시장. 이형사 씨팔!
신발을 찾아 신고, 잠에서 깨고... 이형사를 쫓아 허둥지둥 튀어나가는 형사들. 중호 형님. 형님?
전화가 끊기자 여유를 잃은 듯한 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