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들로 붐비는 대로변. 지저분하게 늘어선 택시들 사이로 빨간색 마티즈가 비상등을 켜며 들어선다. 마티즈의 운전석엔 짙게 화장을 한 미진이 있다. 통화 중이다. 미진 예, 지금 도착했어요. 마티즈요. (자기 옷을 보며) 보라색인데요. 예. 나가서 서 있으라고요? 예. 전화를 끊더니 내리는 미진. 인도로 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우체국의 출입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잠시, 서글픈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진. 그러던 중 출입문에 비친 미진의 옆으로 영민이 다가와 선다. 영민 (웃으며) 안녕하세요. 미진 (돌아보며) 예.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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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 죄송해요. 좀 쑥스러워서. 미진 괜찮아요. 그런 분 많아요. 영민 저기... 저희 집으로 가죠?
17. 중호의 사무실 / 밤
화장실. 거울을 보며 전동칫솔로 양치질을 하는 중호. 오좆이 들어와 소변을 보자, 중호 켜졌어?
오좆 예. 카악- 하고 가래를 내뱉는 중호. 화장실에서 나와 책상에 앉는 중호. 지영의 핸드폰에 꼽힌 충전기를 뽑아내고는 SEND를 눌러 통화기록을 살핀다. 제일 윗줄에 '016-9265-4885'란 번호가 뜬다.
‘확인’을 누르자 전화번호 밑으로 뜨는 ‘2004/7/3 SAT PM 09:14'란 기록. 중호 아홉시 사분... 사팔팔오... 들어봤는데. 사팔팔오... 사팔팔오... 중호가 연습장을 뒤지기 시작한다.
(오좆) (화장실에서) 사팔팔오요?
중호 (연습장을 뒤적이며) 알어?
오좆 그거 그 또라이 새낀데. (나오며) 지금 미진이가 간 그 새끼잖아요. 연습장의 낙서 같은 메모 중에 '지영 016-9265-4885'란 글자가 보인다. 급히 뒤로 넘기면, ‘미진 016-9265-4885’란 오좆의 글자. 중호 아... 씨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며) 미진이 어디로 갔어?
오좆 망원동이요. 중호 맞네. 그 새끼네. 그 새끼가 팔아버린 거네. 오좆 예?
중호 (전화를 받았는지) 어, 난데.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너 지금 그 새끼랑 같이 있어? 손님이랑 같이 있냐구. 모텔이야? 집이야? 걔네 집으로 가는 중이야? 오케이. 잘 들어. 걔네 집에 들어가면서 주소를 외워. 별 거 아냐.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오빠가 지금 기분이 안 좋거든? 그래. 들어가면 샤워 좀 하겠다고 화장실에 가서, 나한테 주소를 문자로 보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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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지? 티내지 말고. 실수하면 죽는다. 그래. 전화를 끊은 중호가 책상 서랍에서 수갑을 꺼내며, 중호 하늘이 돕는다. 하늘이. 오좆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녜요?
중호 (소파에 앉아 슬리퍼를 구두로 갈아 신으며) 장사 말아먹을 일 있냐?
(나가며) 사무실 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