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들로 북적거리는 먹자골목. 그 골목 안의 각종 이미지들. 그 틈을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는 20대 후반의 남자, 오좆. 겨드랑이 사이에 가방을 끼고 그 안에서 명함 크기의 전단지를 꺼내
주차된 차량들의 차창에 끼워 넣으며 다닌다. 전단지엔 발가벗은 미녀의 사진과 전화번호가 새겨져 있는데 한 가지가 아니다. 각기 다른 디자인과 번호가 새겨진 3장의 전단지를 한 번에 틈새에 집어넣는 그의 기술이 탁월해 보인다. 그렇게 능숙하게 일을 하던 그가 쓰윽- 하고 사라진다.
8. 낡은 3층 건물 / 밤
날렵하게 계단을 오르는 오좆. 3층에 다다른 그가 음침한 복도를 지나 허름한 목재 문을 열면,
9. 중호의 사무실 / 밤
오좆 다녀왔습니다. TV와 소파와 책상이 전부인 좁고 허름한 내부. 책상 앞에 앉은 중호가 손을 들어 인사한다. 소파에 앉더니 TV를 켜는 오좆. 중호는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었는데
TV 소리가 거슬리는지 오좆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중 호 예... 죄송합니다, 상무님... 애들이 둘씩이나 도망을 가서
요즘 정말 힘들어요. 걔들 땡겨준 돈만 천이 넘는데... 동시에 책상 위를 훑는 화면. 3대의 핸드폰이 놓여있고, 오좆이 돌리던 전단지 뭉치들, 장부, 연습장이 놓여있다. 연습장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를 하다가, 중 호 아, 상무님 어떻게 삼일 만에 그 돈을 해드려요... 맘먹고 도망간 애들 찾는 게 쉽습니까... 꼭 해드릴 테니까 좀 살려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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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들 그 돈만 회수해도... 상무님. 상무님? (상대가 끊었나보다) 씨발... 오좆에게 볼펜을 던지며, 중호 TV꺼. 씨발놈아. 어디 형님이 전화하는데. 바싹 긴장한 오좆이 TV를 끄고는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중호 다 돌렸어?
오좆 예. 중호 더 돌려. 오좆 예. 오좆이 나가자 되는 일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목덜미를 주무르는 중호.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중호 (메모하며) 예... 어디세요? 합정동이요. 캘리포니아 모텔... 삼백육호요. 예. 지금 보내드릴께요. 전화를 끊는 중호. 연습장에 핸드폰의 발신자 번호를 옮겨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