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보고 나니 별다를 게 없구나. 여산 안개비와 전당강의 물결!
(廬山煙雨浙江潮, 未到千般恨不消. 到得還來別無事, 廬山煙雨浙江潮.)
―‘물결을 바라보다(관조·觀潮)’ 소식(蘇軾·1037∼1101)
여산의 안개비와 호호탕탕한 전당강의 물결, 이 장관을 상상으로만 간직해 온 사람들에게 직접 그걸 목도하는 건 그야말로 몽매에도 잊지 못할 간절한 바람이다. 시인 역시 이 광경을 보지 못한다면 평생의 여한이 될 거라는 달뜬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하나 그 실제 모습은 어떠한가. 산은 산, 물은 물, 여느 강산이나 진배없는 평범한 형상이었다. 그곳만의 전유물이라 하기엔 신기할 게 하나도 없었다. 우리의 주목을 끄는 건 시의 첫 구와 마지막 구. 한 글자도 차이가 없지만 그 내면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첫 구가 시인이 마음속에 간직했던 강산의 신비로운 절경이라면 마지막 구는 실제 목도한 이후의 ‘그저 그렇고 그런’ 풍광. 한껏 부풀었던 기대와 설렘이 평상심 혹은 실망으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극히 대조적인 이 두 장면을 어떻게 분별하라고 시인은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눙쳐 놓았을까. 번역문에선 느낌표(!) 하나를 덧붙여 구별했지만 이로써 ‘예사 풍광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살아날는지는 모르겠다.
흔히 이 시는 시인과 동시대를 산 한 선승(禪僧)의 게송(偈頌·부처 찬미가)과 관련지어 해석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관점은 사물을 피상적으로 인식한 결과이지만 본질을 따지면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오도(悟道)의 경지에 이르면 산은 역시 산, 물은 역시 물이라는 궁극의 경지를 깨닫게 된다는 설명이다. 불법(佛法)의 오묘한 이치를 다 담기엔 동파의 시가 너무 짧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