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잠들도록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잠들 수 있도록
이마를 쓰다듬어 주는 일이야
늦은 여름 아침에 누워
새벽을 홀딱 적신 뒤에야
스르르 잠들고자 할 때
너의 소원대로 스르르
잠들 수 있게 되는 날에는
저 먼 곳에서
너는 잠깐 잊어버리고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 한 사람이 너를 잠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멀리서 너의 이마를 아주 오래 쓰다듬고 있다는 걸
아무래도 너는 모르는 게 좋겠지
―유혜빈(1997∼ )
아이들 출석을 부를 때, 대답하는 목소리가 제일 씩씩한 시기가 3월이다. 설렘의 달이고, 시작의 달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아파서 결석하는 학생이 제일 많은 달도 3월이다. 이상하게도 3월에는 자주 아프고 호되게 아프다. 나무들은 먹은 것도 없이, 겨우내 버틴 몸으로 꽃까지 피워내야 하는 것이 3월이다. 새싹이 온몸으로 흙을 밀어 올려야 하는 것도 3월이다. 할머니는 겨우내 잘 버티시다가 건강이 훅 나빠지기도 하고 잘 놀던 아이는 갑자기 열감기를 앓기도 한다.
찬란한 봄날에 몸이 아프면 더욱 쓸쓸하니 외롭다. 수업에서는 세 명의 학생이 아파서 결석을 했고, 집에서는 두 명의 자식이 아파서 결석을 했다. 기침하는 학생들과 열이 끓는 아이들을 위해 이 시를 소개한다. 남들 다 바쁘게 다니고 분주한 가운데 나만 빈 섬에 떨어진 듯 혼자 아플 사람들을 위해 이 시를 소개한다. 괴로워서 잠을 못 이루던 사람이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누군가 멀리서 그 아픈 이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 시인의 이 바람과 해석을 진심으로 믿고 싶다. 이 시를 물수건처럼 꼭 쥐고 열이 오른 이마를 버티고 싶다. 지금은 3월이니까. 아픈 3월마저 곧 지나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