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나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조병화(1921∼2003)
한 해의 첫 달은 1월이지만 어쩐지 희망찬 시작은 3월의 몫인 것 같다. 긍정적인 미래를 보고 싶을 때에는 조병화 시인이 제격이다. 그래서 3월을 맞이하여 조병화 시인의 시를 한편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