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흰 비단 자락 휘날리듯, 한 줄기 폭포수가 푸른 산빛을 가르네.
(虛空落泉千仞直, 雷奔入江不暫息. 今古長如白練飛, 一條界破靑山色.)
―‘여산 폭포(廬山瀑布)’ 서응(徐凝·당 중엽)
예부터 여산은 신선술을 수련하려는 이들이 모여들어 마치 도교의 성지처럼 인식되기도 했고, 은일의 삶을 꿈꾸던 선비들이 즐겨 찾던 명산. 중국 창장(長江)강의 중하류 장시(江西)성에 위치한다. 이곳을 유람한 시인 묵객들의 시문 중에 대표작이라면 단연 이백의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를 꼽을 수 있다. ‘향로봉에 햇살 비치자 자줏빛 연기 피어나고/저 멀리 보이는 폭포는 마치 앞내를 걸어놓은 듯. 날 듯 떨어지는 삼천 자(尺) 물줄기,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가’라 했다. 여산의 주봉 향로봉(香爐峰)이 햇살 속에 자줏빛 놀을 피워올리는 가운데 날리듯 떨어지는 폭포수의 장대한 광경을 찬탄한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채 흐르지 않은 시기, 이곳을 찾은 서응 역시 폭포수에 대한 감탄을 쏟아냈다. 천 길이나 되는 높이, 우레처럼 웅장한 소리, 푸른 산빛을 둘로 가르는 비단 자락 같은 물줄기. 범상찮은 폭포의 기세에 시인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상상력이야 이백에 못 미칠지언정 폭포의 위력을 그린 필치는 거침이 없다. 한데 후일 이 시를 본 소동파의 눈길은 싸늘했다. ‘옥황상제가 이 땅에 내린 은하수, 자고로 시선(詩仙) 이백의 노래가 독보적이지. 날 듯 떨어지는 포말이 아무리 많아도 서응의 엉터리 시를 씻어내진 못했구나.’(‘서응의 폭포시를 조롱하다’) 대범했던 대문호의 입에서 이런 까칠한 독설이 나왔다는 게 왠지 서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