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산 능선도 그냥 둔다.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이성선(1941∼2001)
선생이라는 직업이 점차 사라져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줄어들고 인터넷과 녹화방송이 있으니까 이제 선생은 많이 필요 없을 거라고들 한다. 그 말을 들은 선생은 좀 서글프다. 너희는 멸종될 거야, 이런 말을 듣는 심정이다.
선생에게 학생은 매우 소중한데 학생에게 선생은 그만큼 소중하지 않다. 학생들은 하나의 수업만 열심히 들을 수도 없는 처지다. 그들은 선생보다 바쁘고, 막막하고, 피곤하다. 우리 반에서 가장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발표하던 한 학생은 아파서 결석을 하더니 오늘은 누렇게 뜬 얼굴로 겨우 나왔다. 나의 과거와 미래가 그 아이의 얼굴이 되어 함께 아프다. 너무 바빠서 몸도 챙기지 못한 어린 학생에게 이 시를 읽어 주고 싶다. 너무 바빠서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출근하는 우리에게, 밥도 5분이면 뚝딱 밀어 넣고 일어나는 우리에게, 이동하면서 카톡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우리에게 이 시를 읽어 주고 싶다.
마당의 잡초는 그냥 두자. 사실 우리는 우리를 그냥 두고 싶다. 잡초 위의 벌레를 그냥 두자. 솔직히 우리는 우리를 그냥 두고 싶다. 벌레 위의 능선도 그냥 두자. 절실하게 우리는 우리를 가장 그냥 두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을 자유가 목마르다. 그걸 허락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에게, 그걸 허락하라고 말해 주면 참 좋겠다. 더불어 우리 반 스무 살 영현이가 안 아프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