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1982∼ )
순수하고 하얗고 깨끗한 것은 아름답다. 아주 예전부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우리 사회에서 순수하고 하얗고 깨끗한 것은 슬프다. 순수한 것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하얀 것은 약하다고 폄하될 것이다. 깨끗한 것은 쉽게 더러워질 것이다. 우리는 순수한 시절을 거쳐서 그렇지 못한 현재에 도달했다. 그래서 알고 있다. 저것은 아름다우나 오래가지 못하겠구나, 사라지겠구나. 이렇듯 줄어들기 때문에 점점 귀해지는 것을 우리는 희귀하다고 부른다. 멸종해 가는 희귀함을 지키는 일은 결코 돈이 되지 못한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하면 할 짓이 못 된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그 누군가에는 시인이 꼭 들어갈 것이다. 시인이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다. 자본주의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와서 돈의 논리에는 영 적응을 하지 못하는 고대인들이 바로 시인이다. 서글픈 순수를 지키는 시인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번 현대문학상을 받은 황유원 시인의 이름을 적어 내겠다. 혼자서 쓸쓸하게, 그렇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무구하게, 더러운 채로 깨끗한 저 눈사람을 보라고 하겠다. 퇴화한 듯도 하고, 새로워진 듯도 한 슬픈 눈사람은 어쩐지 우리 자신의 초상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기시감은 이 시를 감상할 때 얻을, 작은 덤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