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로 작정한/ 개가 온 힘을 다해/ 손바닥을 핥아주고 있는 것 같다
만나자마자/ 컵에 물을 채운다/ 내가 한 번/ 네가 또 한 번/ 너를 위해 얕게/ 나를 위해 네가 또 얕게/ 컵/ 하나에 물을 따르고/ 물을 나누어 마신다/ 네가 한 번/ 내가 또 한 번/ 컵의 완결은 어떻게 나는 걸까/ (하략)
―김복희(1986∼ )
“어떤 시집을 사면 좋을까요.” 시 강연을 다니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개인마다 읽는 취향이 따로 있고 시인마다 스타일은 다르다. 그러니까 이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사람은 유명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집을 산다. 다른 사람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시인의 이름을 보고 고른다. 다 괜찮은 방법이지만 매번 만족하는 건 아니다. 책 사기는 소개팅과 비슷해서 열 번을 해도 맘에 맞는 책을 딱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마음에 들었던 시집이 있다면 그 시집이 나오는 출판사의 신간 알림을 받으면 좋다. ‘걷는 사람’ 시인선, ‘아침달’ 시인선처럼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어도 좋은 시집을 잘 발굴하는 출판사나 시리즈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다 보석 같은 시집을 발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 된다. 그렇게 만날 수 있는 시집 중의 한 작품을 소개한다. 충격적인 표현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사실 굉장히 따뜻한 작품이다. 물이라는 것은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상징물이다. 시에는 목이 마른 두 사람이 만나 너를 위해 내가, 나를 위해 네가 물을 나누는 장면이 감각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 과정에 대한 표현도 표현이지만 하나의 컵으로 우리가 서로에 대한 사랑과 마음을 나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목마른 사람이 남의 목마름도 안다. 나의 목마름이 나만의 해갈로 끝나지 않고 너의 목마름에 대한 염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른다. 짧은 연휴에 짬이 난다면 나에게 딱 맞는 시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너와 내가 함께 나눌 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더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