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작은 것은
몸으로 봅니다.
내 몸이 머무는 곳에
보랏빛 제비꽃은
피어 있습니다.
언덕 아래
몸을 숨기고
원동역은 아득히
그곳에 있습니다.
―고영조(1946∼)
원동역은 원동마을에 있다. 간이역이라고 하니 교통의 요충지는 아니다. 간이역을 품고 있는 원동마을도 번화한 곳은 아닐 것이다.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은 그곳을 아름답다고 평한다. 특히 봄이면 매화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람들과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는 이 시에 없다. 이 시인은 매화가 아니라 원동역 그 자체를 보고 있다. 매화가 피든, 피지 않든 시인에게 원동역은 그저 원동역이다. 관광지의 하나가 아니라 오래 그곳에 있어 온 간이역. 시인은 분명 그 소탈하고 작은 간이역을 사랑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사랑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발길과 손길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 시인은 원동역의 고장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았다. 그는 평생 자기 고장의 곳곳을 방문하고 아끼고 사랑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인의 마음 지도에는 원동역이 콕 하니 박혀 있게 되었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선 간이역. 작고 어여쁘고 소박한 아름다움. 시인에게 사랑하는 원동역은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역시 작고 어여쁘고 소박한 제비꽃을 보고서 간이역을 자연스럽게 떠올린 것이다. 너는 그것과 같구나. 둘 다 사랑스럽고 소중하구나.
이 시에서 원동역과 제비꽃은 하나로 연결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시인도 그들 곁에 함께 있어야 한다. 좋아하면 비슷해지고 비슷하면 좋아지는 법. 제비꽃을 잘 찾아내는 사람의 마음에는 제비꽃이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