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점용(1965∼2021)
남들은 잘도 피서를 간다. 질 수 없으니 나도 간다. 에어컨이 제일 시원한 곳, 이번 피서지는 병원이다. 사실 7월 말 8월 초는 아프기 좋은 계절이다. 일감은 적고 일하기는 싫다. 한 일주일 사라져도 그러려니 한다. 병원 가면 더 읽고 싶은 시집이 있다. 바로 김점용의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이다.
이 시인은 뇌종양을 앓다가 올봄에 돌아가셨다. 한참 투병할 때 나온 것이 이 시집이다. 김점용 시인의 뇌에는 아스트로싸이토마라고 하는, 별무리 모양의 성상세포종이 자랐다고 한다. 남들은 그걸 ‘악성’이라고 부르며 미워했다. 그러나 시인은 그걸 ‘내 머릿속의 별들’이라고 불렀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았는데, 한쪽으로 치우쳐서 살아왔는데, 그러지 말라는 깨우침을 주기 위해 그 별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머릿속의 별들’을 자기 세상에 조명처럼 띄워 놓았다. 거기서 익룡도 보고, 밤하늘도 보고, 창공의 비행도 본다. 환자복을 입고 혼자 병실에 앉아 이런 시를 썼다는 것은 완치만큼의 기적이다. 아파도 삶과 세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믿기 어려운 그걸 이 시인이 보여줬다. 굉장히 억울해도 농담하며 웃어버리기. 쉽지 않은 그걸 이 시인이 해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안 읽으면 손해다. 짐을 꾸릴 때, 이 시집만은 꼼꼼하게 챙겨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