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거
잊지 말자니, 모두 잊히고
꾹 참고 맞던 아이의 불주사처럼
지워진 그림자 닻 내리고
처량하게 무심하게
식어가는 심장을 살아내는 일
내 웃음과 당신 눈물에 무관심하던
계절 접을 때 호접몽, 꿈은
닫혔다 열리는 지상낙원이므로
깜빡 취해 웃었다 운다 해도
모두가 희디흰 꽃잔치, 곧 녹아 없어질
유월의 시린 사랑설
통곡이야 그래, 만질 수 없는
그런 웃음이야
―김지유(1973∼ )
6월인데 이 시를 읽지 않으면 서운하다. ‘유월설’은 시의 제목이며 꽃나무 이름이다. 더운 오뉴월에 눈이 내린 듯 흰꽃이 핀다고 하여 유월설이다. 한여름의 눈이라니, 호주의 크리스마스만큼이나 낯선 정취를 지닌 표현이다. 또한 ‘유월설’이라는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단어는 매우 시적이기도 하다. 꽃을 눈에 비유하는 것도, 한여름에 볼 수 없는 것을 애써 보려고 하는 마음도 시와 가까운 것이다. 시인이란 그런 사람이다. 내 마음의 시린 눈꽃을 여름의 햇살 아래서도 찾는 사람.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으러 떠났다가, 남들 몰래 뭔가를 안고 돌아오는 사람. 이 시인은 어떠할까. 시인의 하얀 눈꽃은 어디쯤 피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 꽃은 금세 당신의 마음에 옮겨 피어날 거다.
꽃이 소복하게 피니 예쁘다. 그래서 유월설은 웃음이 된다. 그러나 꽃이 눈이라면 뜨거운 태양 아래 보람도 없이 녹아버린다. 그래서 유월설은 통곡도 된다. 웃음도, 통곡도 되는 꽃이란 허무한 인생이고, 고통의 나날처럼 읽힌다. 웃으려고 사는 인생은 언제고 울음으로 끝나려고 한다. 억울하고 한스러워 울고 싶은데 꽃처럼 다시 피어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인생이다.
같은 달이어도 사람마다 품고 있는 계절은 모두 다르다. 찬란한 햇살 아래 흘리는 눈물이 더 서러운 법, 이렇게 시린 6월도 있고 매운 6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