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를 부렸다
나는 감 따는 게 싫어 짜증을 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느냐고
감 따위 따서 뭐 하냐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다시 가을이 왔을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 감은 따서 뭐 하냐
나는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
톱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울었다-피재현(1967∼)
시를 읽으러 오신 분들은 모두 시의 손님이다. 손님께는 물 한 잔이라도 정성껏, 맑은 차라도 계절에 맞게 드리는 법. 그래서 봄에는 꽃과 나비의 시를, 겨울에는 흰 눈과 쓸쓸함을 준비하곤 했다. 그러니 오늘, ‘별이 빛나는’ 시를 준비한 것이 어색하지 않다. 늦게까지 별을 올려다보는 계절은 여름날이니까. 나아가 감나무 이야기를 준비한 것도 너무 이르진 않다. 이제 곧 가을이 올 테니까. 우리는 가을을 기다리는 중이니까.
가슴을 찡하고 울리는 이 작품은 시인의 최근 시집에 들어 있다. 거기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시인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여기 등장한다. 시골 마을 감나무에는 감이 많이도 열렸나 보다. 그것을 아버지는 사랑했고, 아들은 귀찮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는 감을 포기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 감은 따서 뭐 하냐.” 남편의 빈자리, 슬픔, 허무함, 우울 같은 것이 퉁명스러운 말 속에 가득하다. 때로 이런 슬픔은 별이 되기도 하는가 보다. 시에서의 별이 실제 별이 아닌 걸 우리는 안다. 그 별들은 시인의 나무, 아버지가 사랑한 감나무, 그런 아버지를 사랑한 어머니 마음에만 떠 있다.
시인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르듯 오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어머니의 무덤을 짓듯 시집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시집을 뒤적이면서 오래도록 감나무의 안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톱질하면 아플 텐데 걱정하면서. 나도 시인처럼 울게 될 텐데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