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상담 시간에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어디도 가지 못하고, 무엇도 하지 못하는데, 지금 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어린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이 여러 권리를 박탈당했다. 게다가 아, 청춘은 준비할 권리마저 빼앗겼구나. 맑은 눈동자 앞에서 시절 탓을 하는 건 비겁하니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학생을 보내고 돌아와 시 속에서 답을 찾는다. 쉽게 부끄러워진 것이 부끄러워서 질문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시인도 코로나 이후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 어떤 시인도 미래에서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무엇도 정답은 아닐 테지만 대답을 찾는 일을 함부로 멈출 수 없다. 어디에도 없지만 계속 찾으려는 노력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하루는 기다리면서 희망하는 자세와 기다리지 않고 절망하는 태도 사이에 있다. 모두들 날마다 절망을 느끼지만, 결국 희망 쪽을 선택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희망하기마저 조금씩 힘든 사람들과 응원가를 나누고 싶다. 응원가는 없는 승리마저 있다고 믿는 씩씩한 노래. 부르면 부를수록 힘이 나는 노래. 그런 응원가로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를 읊어본다. 시인은 말한다. 나는 혼자 있지만 사실 영 혼자는 아니다. 나의 희망과 너의 희망이 모여 풀밭을 꽃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이 만나면 온 산이 타오를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 꽃밭을 함께 만들 것이다. 너무 먼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자. 응원가는 우리 팀이 지고 있을 때 더욱 큰 소리로 불러줘야 하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