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제주/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중략…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근래에 발견한 시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시를 소개한다. 이 시에는 우리가 막 지나온 6월이 있고, 잃어버린 수국이 있고,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는 제주가 있다. 알고 있으나 닿을 수 없는, 좋긴 하지만 누릴 수 없는 것이 세 가지나 들어 있다. 그러니 시를 통한 간접 경험이 나쁠 리 없다. 눈앞이 시원해지는 이미지나 사진을 보는 대신 이 시를 읽어 보시라. 가고 싶은 곳, 제주의 정취를 잠깐이나마 빌려올 수 있다.
게다가 이 시는 몹시 상큼하기도 하다. 사실, 상큼하다는 말은 시에 흔히 붙는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문학은 엄숙주의 경향이 강한 전통 위에 있고 특히 감정을 다루는 시에서는 불행의 힘이 행복의 힘보다 더 세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에서도 지난날을 돌아볼 때 즐거움보다 고통의 흔적이 더 강렬하게 남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이런 사랑스러움, 적절한 발랄함, 소소한 위트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경우는 적어도 시에서는 드물다. 발랄하다고 해서 마냥 가벼운 시만도 아니다. 꽃과 제주와 시인이라는 삼박자가 어울려 하나의 꽉 찬 그림이 완성돼 있다.
이 시는 시인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기소개서, 그리고 우리에게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소개와 초대라니 코로나19 시국에 얼마나 드물고 간절한 말인가. 간질간질한 이 소개와 초대를 시 속에서 즐겨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