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사방에 플러그가/빠져나와 있다
탯줄 같은 그 플러그들을 매단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비린 공기가/플러그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몸 밖에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간다
세계와의 불화가 에너지인 사람들
사이로 공기를 덧입은 돌들이/둥둥 떠다닌다
‘거리’라는 단어는 쉽고도 어렵다. 일상에서는 네거리, 사거리처럼 쉽게 쓰이는 말이지만 다른 한편, 매우 정치적이고 사회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거리를 걸을 때를 생각해 보자. 나는 고작 군중 속에 파묻힌 한 명의 무명인이다. 이름도 뭣도 중요치 않은 ‘지나가는 행인 1’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리에서 나는 나 외의 다른 군중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된다. 거리 속의 나는 그저 그런 아무개임과 동시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눈을 빛내는 관람객인 셈이다. 군중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도 아니고 군중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도 아닌 상황이 거리 위에서는 늘 펼쳐진다.
거리라는 세계에 어느 정도 빠져들지만 완전히 빠져 있지는 않은 것. 이것이 거리에 선 자의 상태다. 거리의 사람이 군중과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이원 시인의 이 날카로운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시는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듯하다. 거리에 선 인간은 거리를 마치 영화 스크린처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시를 또 다른 스크린처럼 바라보고 있다. 스크린 속의 스크린이 시 속에 있는 셈이다. 마치 창 속에 창이 다시 열리는 인터넷 세계 같다.
이 시는 현대인들이 전자 시대, 인터넷 시대에 완전히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플러그형 인간이 되어 거리를 걷고 있는 우리. 내일의 거리에서는 어떤 형태의 낯설고 익숙한 우리가 발견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