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중략)…
해방 후 소학교 2학년이 최종 학력이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말씀 철학
요즘 일상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확진자 수부터 확인한다. 나갈 때는 마스크를 챙기고 사람을 만날 때는 조심한다. 3월 초에 있어야 할 평소 일정들이 사라졌다. 입학식도 없고 새 학기도 없고 나들이도 없다. 최대한 집에 머물다 보니 답답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활동은 제약되고 밥은 챙겨 먹으니 찌뿌둥하고 살만 찐다. 주부들은 가족들 끼니 챙기기가 고되고 아이들도 집에만 있으니 좋을 리 없다. ‘밥때’는 왜 이리 자주 찾아오는지. 다복한 밥상 위에도 핀잔의 말이 오가기 쉽다. 짜증이 폭발할 것 같은 일상이 넘쳐난다.
그래서 정일근 시인의 이 작품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아주 소박한 밥상이 등장한다. 신문지를 펴고 그 위에 차린 밥상이 화려할 리 없다. 그런데 밥상을 대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아주 재미있다. 어머니는 신문지를 깔 때 신문지 펴라고 하지 않고 밥상을 펴라고 말씀하신다. 그게 그거 같지만 사실 다르다. 정성이 있으면 흔한 신문지도 따뜻한 밥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어디 신문지 밥상뿐이겠는가. 시인의 어머니는 신문만 아니라 세상 만물에도 다정할 것이다. 따뜻한 밥그릇보다 따뜻한 마음과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은 허무하다고 하지만, 한 번밖에 안 오기 때문에 소중하기도 하다. 지루한 일상도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고 한 번 가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쳇바퀴 같은 일상도 귀하게 대해 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