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 번 똑딱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중략)
보고 싶은 만큼, 부르고 싶은 만큼
걷고 걷고 또 걷고 싶은 만큼
흔들림의 큰 소리 넓은 땅
그곳으로 여행 가려는 나는 때로 가슴이 모자라 충돌의 어지러움과
대가지 못한 시간에 시달릴지라도
멍텅구리 빈 소리의 시계추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자꾸 틀린 말을 하더라도
이 시는 여행의 추억을 불러온다. 여행을 갔거나, 막 다녀온 사람의 눈에 잘 들어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생생한 여행 추억을 곁에 두고 시를 읽는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반응한다. “여행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니, 무슨 소리냐. 나는 이렇게 돌아왔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다.” 이런 반응은 시인이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거리가 있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행도 충분히 가치 있다.
시인이 말하는 여행은 삶 그 자체에 가깝다. 우리는 지구별의 히치하이커일 뿐이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에 의하면 우리의 첫 숨부터 마지막 숨까지가 모두 여행의 일부다. 이런 전제 위에서라면 우리의 모든 여행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의 화살 위에 얹어져 순간이라는 이름으로 떠나가 버린다.
생각해 보면 많은 찬란함과 소중함은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아니, 돌아올 수 없어서 찬란하고 소중한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보물이 아니라, 결코 돌아올 수 없어서 보물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이 시는 다시금 알려준다. 지금 우리 눈앞에 그 찬란이 있음을.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소중함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