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흐린 강물이 흐른다면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
디딤돌을 놓고 건너려거든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디딤돌은 온데간데없고
바라볼수록 강폭은 넓어진다
우리가 우리의 땅을 벗어날 수 없고
흐린 강물이 될 수 없다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고
디딤돌이다
가을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 시도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풍경만 보인다. 지금, 한 사람이 바짓단을 걷고 강물을 건너가려고 한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주저한다. 강물이 흐린데 저 강물에 발을 어찌 담글까. 그래서 그는 디딤돌을 놓는다. 천천히, 단단히, 그리고 안전하게 디딤돌로 건너려고 한다.
이 시가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이유는 이러하다. 신대철 시인의 시는 인생을 말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의미를 낳고, 살아가는 삶을 말하고 있다. 그는 나아가 삶의 두려움과 불안함, 용기와 현명함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러니 이 시는 단순한 풍경, 한 사람이 강물을 건넜다는 이야기를 넘어서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주저하고, 불안하고, 겁을 먹는다. 우리가 특히 나빠서나 모자라서가 아니다. 삶이니까 불안하고, 사람이니까 겁이 난다. 그런데 가끔이 아니라 항상 두려워한다면 어떠할까. 흐린 강물에 발을 담그기를 두려워한다면, 언제까지나 디딤돌 위에 발을 올리고 있다면 어떠할까.
시인은 디딤돌 위에서 떨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흐린 강물도 강물이야. 강물에 발을 넣어도 돼, 건널 수 있어. 이렇게 용기를 준다. 인생의 한 디딤돌에서 다른 한 디딤돌로 발걸음을 옮길 때 시인은,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시인은, 디딤돌이라는 수단만 바라본다면 정작 중요한 것을 만나지 못한다고도 말해준다.
우리는 때로 용감해지고 싶다. 가을 따라 깊어지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움츠러든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용기의 기운을 전달해주기를 내심 바란다. 이 시가 바로 그런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