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비는 혼자 오지 않는다. 비는 냄새와 함께 온다. 특히나 더울 때 비가 내리면 물큰한 냄새가 유난하다. 비 때문에 공기는 무거워지고 여기에 섞여 풀 냄새나 집 냄새도 더 진해진다. 비와 함께 냄새가 찾아올 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바로 김춘수의 ‘강우’라는 작품이다.
사실 이 시는 비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 이야기다. 시인은 1944년에 혼인을 하고 아내와 오랜 시간 부부의 정을 나누며 살았다. 시인의 아내는 1999년까지 시인의 곁을 지켰는데 이 시는 아내와 사별한 이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물론 이 시에 등장하는 ‘이 사람’은 사별한 부인을 의미한다.
시는 넙치 지지미의 냄새로 시작된다. 넙치 지지미라는 반찬은 평소 아내가 자주 하던 음식이었나 보다. 이 냄새를 맡자마자 아내가 밥상을 차렸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가 냄새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돌아봐도 아내는 없다. 모든 것은 똑같은데 아내만 없다. 이럴 때는 온 세상이 텅 비어 버린 것만 같다. 노년의 시인은 텅 빈 집에서 망연하게 서 있다. 아내가 있어야 하는 곳에 없어서 시인은 울고 싶은데 시인의 마음인 양 비가 퍼붓고 있다. 아내를 잃고 나서 쓴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절절함이 진해서인지 비가 오는 날에는 시인의 아픔이 담긴 이 시가 매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