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 시를 쓴 사람을 좀 소개하고 싶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는 학교 선생님이고, 한 여인의 남편이고, 시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다면 한참 부족하다. 그의 소개에는, 나름대로 유명한 그의 어머니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이 시인은 한 어머니의 아들이다. 아들보다 더 시적이며 아들보다 더 위트 있으며 아들보다 더 심오한 세계관을 가지신, 한 어머니의 아들이다.
어머니의 삶과 말씀은 아들에게 창작의 보물창고가 되어 주었다. 하시는 말씀마다 어찌나 주옥같은지, 시가 되지 못할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이 시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어느 날, 어머니는 병원으로 가시면서 아들에게 말한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고 말이다. 자주 앉아야겠고 힘드니까 자동적으로 의자를 찾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자를 찾아보니까, 내가 앉을 그 의자만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사 의자에 앉아 있는 이치가 보였다. 꽃도 열매도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고, 사람의 인생이란 좋은 의자를 만들고 좋은 의자가 되는 일이었다.
지난주 벌초 행렬로 인한 고속도로 정체가 있었다고 한다.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나에게 좋은 의자가 되어준 이를 만나러 갈, 또는 좋은 의자가 되기 위해서 가야 할 때. 어머니의 의자 이론을 생각하는 추석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