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봉(1953∼ )
상추쌈, 씻다가 너를 생각한다
된장국, 끓이다가 너를 생각한다
콩나물, 무치다가 너를 생각한다
땡볕, 살 따갑고
매미소리, 귀 따갑고
땅훈기, 숨막히고
………
아이야, 서울의 큰아이야
엄마다 엄니다 어머니다
그리움, 상추쌈 냄새로 일렁인다
그리움, 된장국 냄새로 삽짝문 나선다
그리움, 콩나물 냄새로 길 떠난다.
이은봉 시인의 따뜻하고 정감 어린 이 시를 따뜻하고 정감 어리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어떻게, 얼마나 사랑하는가. 이 시를 읽어보면 알게 된다.
어머니는 자식을 항상 사랑한다. 이 시의 어머니도 늘 아들을 떠올린다. 자식은 고향집을 떠나 서울에 있지만, 자식에 대한 생각은 어머니를 떠나지 않는다. 상추쌈을 씻다가도, 된장국을 끓이다가도, 콩나물을 무치다가도 아들을 사랑한다.
싱싱한 쌈을 깨끗이 씻어 내 입에 넣지 않고 네 입에 넣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직접 차린 밥을 좀 먹였으면 좋겠는데 어디서 굶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이 콩나물무침은 큰애가 참 좋아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맛나게 무쳐서 가져다주고 싶다. 햇볕이 따갑고 더위에 숨이 막혀도 어머니의 아들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햇볕이 따갑고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어머니는 아들이 걱정되고 보고 싶다.
어머니는 어머니가 되는 순간, 영혼의 일부분에 자식의 방이 생겨남을 느끼게 된다. 그 방에 자식의 세계가 생겨나고, 커지고, 자라난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신의 삶과 함께 자식의 세계를 더불어 살게 된다. 그래서 어머니는 오래 사랑하고, 항상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한다. 그 마음은 물리적인 법칙보다는 신비로움에 가깝다. 자식이 어디에 있든 어머니의 마음은 자꾸만 자식 곁으로 가려고 한다.
어머니는 자식을 어떻게, 얼마나 사랑하는가. 사실 이 시를 읽어도 다 알 수 없다. 어머니가 가진 사랑이란 자식이 쉽게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얼마나 오래, 많이, 항상 사랑하는지 자식들은 겨우겨우 짐작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