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집에 있다
아파트 문
열기 전
걸음이 빨라진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있는 집에
올 때처럼
어린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는 장면은 언제나 같다. 문을 열면서 집에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온다. 대개는 ‘엄마’라고 부르고, 상황에 따라서는 ‘할머니’ 내지 ‘아빠’ 등을 부르기도 한다. 엄마가 집에 있든 없든, 들어오면서 무조건 ‘엄마’를 부르고 본다.
집에 돌아올 때 누군가를 부른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준다면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에는 이 감사한 상황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다들 그런 기억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와 마루에 가방을 휙 던졌는데 집이 텅 비어 있는 기억 말이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어깨가 축 처진다. 나를 반겨주던 얼굴이 없으면 세상이 텅 비어버린 것 같다. 사람이 없으면 집의 의미도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집은 곧 엄마고, 엄마가 곧 집인 셈이다.
나기철 시인은 바로 그런 느낌을 시로 썼다. 엄마가 항상 집에서 기다려 줬기 때문에 집 근처에 오면 걸음이 빨라지곤 했다. 어서 가서 “엄마 나 왔어”라고 말해야 하니까. 그럼 엄마가 반갑게 웃어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의 어머니는 이제 돌아가시고 대신 집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아내가 엄마처럼 기다려주는 집이 고마워서 시인은 걸음을 재촉한다. 어서 돌아가야지. “여보 나 왔어”라고 말하며 집에 돌아오는 순간, 그의 하루는 완성된다.
새삼 집의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렇게 추운 날, 우리 모두에게 돌아갈 집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돌아갈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