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 안 들었는지.
우리 시대의 사랑이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이런 사연은 수많은 아빠, 엄마, 청년, 그리고 아직 청년도 못 된 청소년들에게도 해당된다. 돈을 벌고 있으며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중 한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시 속에 들어 있다.
어느 겨울밤, 한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집에 있는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을 만한 늦은 시간이다. 아버지는 돌아오는 내내 아이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랑하면 생각하게 되는 법이니까. 그 녀석은 하루 종일 잘 지냈을까. 잠들었을까. 출출할까. 나를 기다리지는 않았을까. 생각 끝에 아버지는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도 샀다. 사랑하면 주고 싶은 법이니까. 어서 가서 줘야지. 잠들기 전에 도착해서 “아빠” 하고 달려오는 아이 얼굴도 보고, 맛있게 먹는 그 입도 봐야지. 사랑을 품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은 뜨겁고 바쁘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지금 자신이 햄버거를 들고 뛰는 것처럼, 과거 아버지는 국화빵을 들고 뛰었다. 빠르기로 치면 아버지의 아버지가 더 빠르고 간절했다. 국화빵은 식으면 정말 맛이 없으니까 시인의 아버지는 국화빵이 식기 전에 도착해야만 했다. 가난한 한 아비가 차가운 거리를 뛰어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자식을 향해 뛰어가는 뒷모습을 떠올려본다. 몇 사람만이 기억하는 조촐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그 뒷모습은 엄청나게 위대하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