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侍童) 불러 닭 삶고 술 마시는데, 아이들은 희희낙락 내 옷자락에 매달린다.
스스로 위안 얻으려 목청껏 노래하고 술에 취해, 더덩실 춤을 추며 낙조와 빛을 겨룬다.
천자께 내 뜻을 펼치는 게 분명 늦긴 했지만, 채찍 휘갈기며 말을 몰아 먼 길 나서리.
회계 땅 주매신(朱買臣)의 어리석은 아내는 남편을 업신여겨 떠나버렸다지. 나 또한 집을 떠나 장안으로 들어갈 참.
하늘 향해 크게 웃으며 대문을 나서노니, 나 같은 사람이 어찌 초야에만 묻혀 있으랴.
(白酒新熟山中歸, 黃鷄啄黍秋正肥. 呼童烹鷄酌白酒, 兒女嬉笑牽人衣. 高歌取醉欲自慰, 起舞落日爭光輝. 遊說萬乘苦不早, 著鞭跨馬涉遠道. 會稽愚婦輕買臣, 余亦辭家西入秦. 仰天大笑出門去, 我輩豈是蓬蒿人.)
―‘남릉에서 아이들과 작별하고 수도로 들어가다(남릉별아동입경·南陵別兒童入京)’ 이백(李白·701∼762)
유배된 신선-적선인(謫仙人)을 자처하며 이백은 젊은 날엔 독서, 무협, 도술에 심취했고, 명리에는 초연한 듯 마흔이 넘도록 만유(漫遊)를 즐겼다. 이런 도가적 기질에 더하여 ‘관직에 오르면 천하를 구제한다’는 유가적 공명심 또한 강고했다. ‘서른에 문장을 완성하고 공경대부를 두루 찾아다녔다’는 이력이 그걸 보여준다.
그런 이백이 과거를 거치지 않고도 조정의 부름을 받은 건 마흔둘 나이. 도사 오균(吳筠)이 천거해서였다. 현종(玄宗)을 알현한다는 흥분감에 시인은 술을 마시며 덩실덩실 춤까지 춘다. 한나라 회계(會稽) 지방의 나무꾼 주매신의 아내는 공부하는 남편을 타박하며 가출해버렸지만 결국 그는 태수까지 올랐다. 주매신처럼 자신도 억울하게 세상의 오랜 홀대에 시달렸지만, 더 이상 초야에만 묻힐 순 없다는 시인의 출정가가 호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