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봄은 왔다가 간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불행한 사람에게도 봄은 왔다가 간다. 지금은 봄과 여름 사이, 봄을 바라기엔 늦었고 여름을 만끽하기엔 조금 이르다.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는 이런 때에 읽는 시다. 봄이 왔고, 봄이 가는 이야기. 이 시는 딱 지금 계절을 담고 있다.
시의 중심에는 “사는 게 이게 아닌데”라는 탄식이 있다. 바라는 삶을 그림처럼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게 아닌데’ 하면서 아침을 맞고, ‘내가 바라던 삶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 탄식이란 무척 지겹고 답답한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시인은 탄식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고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흩날리는 것으로 그렸다. ‘이게 아닌데’ 흔들리는 사이에 인생의 봄날은 왔고, ‘이게 아닌데’ 좌절하는 사이에 인생의 봄날은 갔다. 나만 그랬을까. 우리도 그랬다. 우리만 그랬을까. 그들도 그랬다. 탄식이 꽃잎처럼 쌓이면서 시간은 지나가고 인생은 만들어졌다.
산 사람의 하루는 소중한 것이지만, 매일이 의미로 채워지기는 어렵다. 사람의 생명은 고귀한 것이지만, 그 인생이 온통 반짝이기는 힘들다. 반짝이지 않는다고 해서 삶은 가치 없을까. 이 시는 ‘이게 아닌데’의 삶을 두둔한다. 그 이유는 완벽하지 못한 삶, 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다르게 살고 싶다는 그 마음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온 우주가 진심으로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을 때, 이 시를 읽자. 내 인생은 어쩜 이렇게도 가여울까 싶을 때, 남들만 행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는 대신 가는 봄날을 바라보자. ‘이게 아닌데’를 말한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봄은 왔다가 간다. 그리고 간 봄은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