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
한 나무가 있다.
나무 곁으로는 수없이, 정말이지 수없이 많은 무엇이 지나갔다. 어떤 것은 길게 머물렀고, 어떤 것은 짧게 머물렀다. 어떤 것은 깊은 흔적을 남겼으며 어떤 것은 향기만 남겼다. 그리고 틀림없이 모든 것은 사라졌다. 지금 머무는 것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사라졌다고 해서 정말 사라진 것일까. 시간이 재가 되어 공기 중에 흩어졌다고 해서 의미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무 안에 깃들어 있다. 새싹이었을 때 다정했던 흙의 온기, 어린 나무였을 때 찾아와 준 바람, 폭우 속에서 함께 흔들렸던 작은 생명들까지 말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스치듯, 혹은 진하게 조우했던 모든 인연이 있었다. 그 인연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간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과 의미는 또다시 찾아온다. 시 ‘안부’는 우리 안에 깃들어 있던 소중한 사람, 그러나 조금 희미해지고 있는 한 사람을 불러낸다. 예전에 만나 가까이 지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누군가에게 시인은 안부를 건넨다. 만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리움을 떨칠 수 없어서 꽃잎을 강물에 띄워 보낸다. 이 꽃잎은 내 마음을 싣고 넘실넘실 흘러갈 것이다. 버스와 전화가 연결해주지 못하는 거리를 넘어갈 것이다. 내가 보지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하는 강의 저 끝에서는 그 사람의 마음과 만날 것이다. 무슨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고 싶고 묻고 싶다. 그저 좋았던 그 사람, 좋았던 그 시절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내 안에 그윽하다.
시간과 인연의 이야기가 이 시처럼 은은하고 아름답게 표현되기란 쉽지 않다. 이 시를 읽으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신 안에 깃들어 있었던 일부이다. 그리운 그에게 인사를 전한다.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안녕을. 고마웠고 사랑했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안부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