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봄소풍을 간다
잘난 권세도 학문도 닿지 않는 곳으로
민들레 풀씨처럼
움직이는 세계의 느낌처럼
철 지난 역사를 뒤켠으로 밀어내면서
우리는 민들레 풀씨를 불어본 때를 기억할까. 기억 속의 우리는 아마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풀씨가 흩어지는 모양은 신기했겠고, 세상은 넓어보였을 것이다. 바람이 데려가는 저 풀씨처럼 마음도 넓게 커져 갔을 것이다.
누구에게든 그러한 아이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겠지만 우리의 눈빛은 맑았고 이마는 빛났을 것이다. 우리는 가장 바람직한 인류였고 가장 인간적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나쁜 일이었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올바름이 좋은 것이라고 믿었다. 사랑하면 사랑했고, 미움은 오래 담지 않았다. 남이 아프면 덩달아 찡그렸고, 남이 웃으면 영문도 모르고 웃었다.
이렇게 맑고 바른 아이는 어른이 되면서 점차 사라진다. 극소수의 몇 명만 제외하고는 어른의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거울을 보고 눈을 닦아도 아이의 눈빛은 돌아오지 않고, 물을 받아 낯을 닦아도 맑은 이마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나 바람직하고 인간적인 세계가 그리울 때에는 오늘의 어린아이를 보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 그들은 여전히 최고의 인류다. 민들레 풀씨가 바람에 날아가듯 자유롭고, 어떠한 인위도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윤택의 시는 이 진실을 단순하고 분명하게, 혹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짚어 낸다. 그는 시인이며 극작가, 연출가이자 문화운동가이다. 그는 마음의 가장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따라,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가난한 연극판으로 뛰어들었다. 유명한 연극, ‘오구’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참 대단한 결단이요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그의 마음에는 죽지 않는 어린아이가 있었을 것이다. 민들레 풀씨처럼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그런 어린아이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