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사람들의 세상은 사람들 사이에는 없고, 오직 스마트폰 속에만 있는 듯하다. 길에는 휴대전화만 보며 걷는 사람이 많다. 그 안에는 재미도 있고 친구도 있고 정보도 있다. 그런데 없는 것 없는 인터넷 세상에도 없는 것이 있다.
그곳에는 봄이 없다. 그리고 제비꽃도 없다. 진짜 봄과 제비꽃은 그곳에 이미지로 머물러 있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있다. 바로 당신 옆에서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당신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도 제비꽃은 피어 있다. 온통 콘크리트 천지라고 생각했던 건물 틈에서 제비꽃은 피어난다. 그것은 어제도 피어 있었고 오늘도 피었다. 해마다 피지만 해마다 새로운 이 꽃을 보고 우리는 비로소 봄이 왔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를 안도현 시인만큼 정확히, 어여쁘게 읊은 이가 없다. 그의 말처럼,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저절로 오고 가지만 제비꽃을 기억한다면 그 봄이 더 아름다울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가 대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제비꽃이, 겨우 꽃 한 송이가, 봄 따위가 무슨 대수냐고 따질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작다면 작은 것이고 죽음이나 고통을 이겨낼 방책도 아니다. 그런데 그 작은 자줏빛이 올해도 피어난 모양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장하고 고맙다. 심지어 저 꽃이 희망이나 사랑의 다른 말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소중한 것은 작고 사소할 때가 많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개 숙여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더 고개를 숙여 제비꽃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