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색이 초라한 어르신
게다가 큰 짐까지 든 그 곁을 따라 걷다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여
식사는 하셨느냐고 물어요
한 끼만 묵어도 되는데
오늘은 두 끼나 묵었으예
날은 추워
마음은 미칠 것 같아
담배나 몇 갑 사 드릴까 하고
담배는 피우시냐고 물어요
오늘은 두 끼나 묵어서
안 태워도 되이예
이제부터 낮달과 제비꽃이 배고파 보여도
하나도 그 까닭을 모를라구요
한 젊은이가 있다. 시인 본인은 젊은이라 불리기에는 쑥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아직 늙지 않은 한 사람이 지나가는 노인을 보게 되었다. 무심히 지나가도 그만인 일이었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노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노인은 행색이 남루했고, 나이에 비해 짐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젊은이는 노인에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다. 밥을 한 끼 사 드릴까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마음 아프다. 한 끼만 먹어도 되는데 이미 두 끼나 자셨단다. 그럼 담배나 사 드릴까 했는데 이미 밥을 먹어서 담배는 안 태워도 되신단다. 대답을 들어보면, 노인은 하루에 한 끼를 먹거나 아예 먹지 못하는 생활을 일상으로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고플 때에는 담배로 허기를 달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낮달이며 제비꽃이 무슨 소용일까.
대화를 통해 노인의 상황을 짐작하게 된 젊은이는 ‘미칠 것 같다’고 썼다. 허공에 주먹이라도 휘두르고 싶은 심정이었을 터. 하지만 젊은이는 뒤돌아서야 했다. 노인과 헤어져 오는 길에는 아마 함박눈이 내렸을 것이다. 배고픈 사람 더 배고프라고, 남의 속도 모르는 함박눈은 더욱 풍성하게 내렸을 것이다.
이 시에서 젊은이는 노인을 동정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그는 공감하고 있다. 그 노인은 같다.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내 아버지와 같은 노인이다. 그는 내 미래와 같다. 많은 ‘같음’을 느끼는 공감의 능력은 타인과 세상과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모쪼록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