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분자분한 목소리로 섬세한 서정을 담는 여느 한시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미사여구 같은 기름기도 쏙 빠져 있다. 신령한 거북이 3000년이나 장수했고, 전설의 뱀 등사((등,특)蛇)는 비룡과 함께 운무(雲霧)를 타고 천상을 노닐었다는 옛이야기를 떠올린 시인. 하지만 결코 그 신화가 부럽지 않다.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을 뿐 그들 또한 결국엔 흙먼지로 사그라지지 않았던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을지라도 단번에 천리를 내달리는 준마의 꿈을 간직한 열사의 웅지는 쉽게 범접하지 못할 경이로움이다. 심신 수양을 통해 노익장을 다짐하는 그 기개는 생명에의 외경이기도 하다. 이 외경심에는 인명재천의 숙명론이 감당하지 못할 경건한 비장미가 담겨 있다. 영웅이 간직한 도량의 깊이와 넓이에는 역동적인 삶의 활력이 넘쳐난다. 그것은 “백년도 못 사는 인생/천년의 근심을 품고 살다니./낮은 짧고 괴로운 긴긴 밤/어찌 촛불 밝혀 놀지 않으랴”는 동시대 문인들의 보편적 허무의식을 극적으로 뒤집어 놓는다.
‘치세의 능신(能臣)이요, 난세의 간웅(奸雄)’으로 평가되기도 했던 조조. 소설 삼국연의에는 그가 음험하고 교활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정사 삼국지는 ‘시대를 초월하는 비범한 호걸’로 그의 지략과 능력을 높이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