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급제 직후 주체할 길 없이 달뜬 환희가 시구 도처에 넘쳐난다. 당시 시인의 나이는 마흔여섯. 결코 이르다고 할 수 없지만 ‘진사과는 쉰 살에 급제해도 젊은 셈’이라는 말이 나돌던 시절이니 그 벅찬 감회가 오죽했으랴. 두 차례나 낙방의 고배를 마신 시인이지만 더 이상 지난날의 고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싶지는 않다. 장안의 봄기운을 만끽하며 의기양양 말을 몰아 내달리듯 이젠 거침없이 내 기개를 떨쳐보리라.
당대에는 과거에 급제한 진사를 위해 다양한 경축 행사를 벌였는데 그중 하나가 수도 장안의 유명 화원을 유람하는 것이었다. 장안 거리가 제아무리 넓다 해도 지금 이 기세라면 하루아침에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절로 용솟음쳤을 터다. 스물일곱 비교적 이른 나이에 급제한 백거이의 감격도 다를 바 없었다. “십년 힘들게 공부하여 단박에 얻은 과분한 명성./… 또래 친구 예닐곱이 장안 떠나는 나를 전송하는 자리,/휘장 두른 수레는 떠날 채비 갖추었고 온갖 악기들이 이별곡을 연주하네./뜻을 이루었으니 이별의 아픔 사라지고/주흥 한껏 오르니 먼 길조차 가뜬하다”고 했다.
제3구의 춘풍득의(春風得意)는 문자 그대로 봄날 훈풍 속에서 득의양양해하는 모습을 말하기도 하지만, “황제의 은혜(춘풍)를 입어 과거에 급제(득의)했으니 장차 탄탄대로를 내달릴 것”이라는 암시도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성어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뜻도 된다. 주마간산을 중국에서는 주마간화(走馬看花)로 쓰는데 이 역시 이 시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