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와 사투리 영어학원이나 청취력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송교재는 미국 CNN 방송이다. CNN이 들리면 귀가 뚫렸다고 생각하고는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어를 마스터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은 CNN에 등장하는 영어를 짜증스러워 한다. CNN 영어의 경우 쓰는 어휘나 표현이 너무나 한정이 돼 있어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CNN 영어가 상당히 경제적이긴 하다. 최소한의 어휘를 가지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고 말을 빙빙 돌리지 않아 짧고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적은 어휘로 짧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는데. 하지만 살다보면 주절주절 길게 말을 늘어놓을 때도 있고 완곡어법으로 말을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어눌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말 못하는 시험은 이제 가라 ETS라는 민간기관이 주관하는 토익은 객관식 문제유형을 채택했는데, 컴퓨터로 채점하면 효율도 높고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주관식으로 출제하면 채점하기 위한 고급 인력을 엄청나게 많이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 토익이 영어실력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1990년대 초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토익을 외면했다. 토익과 같은 시험들은 단기간에 암기해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를 내면서 까다로운 뉘앙스 차이를 묻는 문제 등은 절대 피한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이런 식의 평가는 영어구사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객관식 문제 유형은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워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춘 것이다. 결국 토익 같은 시험의 객관식 문제 유형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고객의 입맛에 맞춘 고도의 이윤추구 방식인 것이다.
지은이 이서규는
한국 외국어대학에 입학해 남들 하지 않던 스페인어에 도전하면서 외국어와 좌충우돌하기 시작함.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소재한 NGO단체인 'Peace People'의 일원으로서 구교도와 신교도 간 테러가 자행되던 벨파스트 시내를 운동화 한 켤레와 청바지 한 벌만 걸친 채 활보함. 이곳에서 언어가 무엇인지 알게 됨. 지은이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언어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암호이며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수수께끼의 장이고 미래의 사람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기는 흔적임을 깨달음.
뒤늦게 언어와 사랑에 빠진 뒤 현재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의 달인이 된 저저는 언어들이 서로 간에 던지는 암시를 잡는 것이 언어 배우기의 지름길이라고 함.
지은이는 중앙미디어그룹 산하 International Herald Tribune과 CBS방송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고 많은 해외명사들을 만났음. 그중 전 독일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재커는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으로, 아테네 올림픽 당시 불어 못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통역도 없이 불어로 신나게 기자회견을 진행한 자크 로게 IOC위원장을 가장 끔찍했던 사람으로 기억함. 현재 지은이는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에서 국제분쟁 및 인질석방 관련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음.
[출처]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작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