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주? 노디션으로 검증받다!
에릭 클랩턴을 좋아하고 드럼과 기타 연주가 취미인 이 10대 소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여름부터다. 전자기타로 잉베이 맘스틴의 파 비욘드 더 선, 딥 퍼플의 번 같은 곡을 연주하며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자 누리꾼들이 편당 평균 5000건 이상 조회했다. 이로 인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조 양은 느낌을 억제하지 말라 비브라토(기타 줄을 움직여 떨리는 소리를 내는 기술)에 신경 쓰라는 등 숱한 지적에 처음엔 상처도 입었지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 양의 사계 동영상은 게시된 지 5일 만에 4만 건이 넘는 조회와 300여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영화음악 피아노 연주 동영상을 올린 양승구(18) 씨는 아예 다음 사이트 내 OST 치는 남자란 자신의 코너를 갖고 있다. 양 씨는 피아노 연주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영화 왕의 남자에 수록된 반허공이란 곡을 올렸다며 미니홈피 하루 방문객이 5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어깨에 기타 가방을 메고 서울 홍익대 인근 록클럽을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보던 아마추어 뮤지션들. 이제는 기타 가방 대신 컴퓨터와 동영상 편집기, 그리고 웹캠을 준비한다. 그리고 클럽 주인이 아닌 3000만 누리꾼을 상대로 자신의 연주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다. 이른바 노디션(N-Audition) 시대가 도래했다.
노디션 문화는 2년 전 인터넷 음악 연주 전문 사이트 뮬을 중심으로 생겨났으며 현재는 엠군, 판도라TV 같은 동영상 전문 사이트와 네이버의 네이버 플레이, 다음의 TV 팟 등 포털 사이트 내 동영상 게시판에까지 확산됐다. 다음은 18일부터 제1회 네티즌 동영상 음악회를 열어 10일 만에 200여 편의 기타, 피아노 등의 아마추어 연주 동영상이 게시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타는 쉽고 뮤지션은 멀다?
노디션 문화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캐넌 기타 동영상 한 편으로 이름을 알린 임정현(22) 씨. 올해 초 미국의 동영상 커뮤니티 유튜브에 캐넌을 록 버전으로 연주한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의 연주가 8월 뉴욕타임스에 인터뷰 내용이 실릴 정도로 주목을 받은 것을 계기로 벼락 스타 자리에 올랐다. 이후 제2의 임정현을 꿈꾸는 많은 10, 20대의 젊은 아마추어 뮤지션이 동영상 사이트에 자신의 연주 동영상을 올리며 누리꾼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홍대 앞 클럽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는 과거만 해도 한정된 공간, 관객을 대상으로 장기를 보여 주었다면 이제는 전국의 누리꾼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받는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쉽다라고 말했다.
CD 문화를 MP3 시대로 바꾼 인터넷이 이제는 오디션 문화까지 바꾸는 분위기다.
그러나 음악계엔 아직은 설익었다란 반응이 많다. 대부분의 연주곡이 자작곡이 아닌 유명 히트곡 위주인 데다 실제 연주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비도 종종 빚어진다.
임정현 씨는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실제 프로 무대에서 입지를 굳힌 사례는 아직 드물다며 하루아침에 유명해지려는 의도보다 실력을 쌓기 위한 방법으로 노디션 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