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자 더욱 간절해진 고향 생각, 하늘 끝에서 외로이 눈물짓는다.
늘그막이라 매사 남보다 뒤지는 터, 봄조차 이 몸보다 먼저 고향에 가 있으리.
산속 원숭이들과 아침저녁을 함께 보내고, 강 버들과는 바람과 안개를 같이 나누지.
장사부(長沙傅)처럼 멀리 쫓겨난 처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버텨야 할는지.
(鄕心新歲切, 天畔獨潸然. 老至居人下, 春歸在客先. 嶺猿同旦暮, 江柳共風煙. 已似長沙傅, 從今又幾年.)
―‘새해에 쓰는 시(신년작·新年作)’·류장경(劉長卿·709∼789)
타향에서 새해를 맞는 시인의 고적(孤寂)을 담은 노래. 세밑이나 새해, 새봄, 초목의 조락(凋落) 등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질 계기가 되면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는 건 인지상정. 게다가 지금 시인이 머무는 곳은 대륙의 최남단 광둥(廣東) 지방, 장안에서 수천 리 떨어져 있어 오랑캐 땅으로 치부되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모함을 받아 좌천된 처지라 시인의 향수는 더 각별했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새해를 봄의 시작으로 여겼다. 새해를 상징하는 입춘(立春)이 대개 음력으로는 섣달이나 정월에 드는 것도 그 증거다. 새해가 되자 자연스레 고향의 봄을 떠올린 시인, 자신은 ‘하늘 끝에서 외로이 눈물짓지만’ 고향엔 이미 봄이 왔으리라 어림한다. 봄이 되도록 고향을 찾지 못하는 건 늘그막이라 동작이 굼뜬 탓도 있지만, 궁벽한 곳으로 밀려난 말단 관리의 구속감 때문이기도 하다. 원숭이나 강 버들과 벗하며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갈는지 막막하지만, 지난날의 충신 장사부를 자처하는 것으로 위안 삼는다.
장사부란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왕의 스승)를 줄인 말. 한 문제를 보필하다 간신배의 모함에 몰려 조정에서 축출되었던 개혁 정치가 가의(賈誼)를 가리키는데, 중국 역사에서는 핍박받는 충신의 표상(表象)인 양 추존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