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뜻과 음
低 : 낮을 저, 首 : 머리 수, 下 : 아래 하, 心 : 마음 심
풀이
머리와 마음을 아래로 낮춘다. 즉, 남에게 머리를 숙여 복종함을 뜻한다.
유래
한유(韓愈)는 당(唐)나라 중엽의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문제(文才)가 있었던 그는 유학(儒學)을 공부하여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고, 문장이 탁월하여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혔으며,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이부상서(吏部尙書)에까지 올랐다. 그는 유학자답게 불교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헌종(獻宗)이 부처님 사리[佛骨(불골)]를 대궐에 들여 놓으려 하자 ‘논불골표(論佛骨表)’를 써 올리며 신랄하게 반대했다.
“이런 무엄한 놈이!”
대로한 헌종은 한유를 즉시 사형에 처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적극적으로 구명운동을 펼친 덕분에 황제의 노여움은 어지간히 풀렸고, 덕분에 목숨을 건진 한유는 조주(潮州) 자사로 좌천 발령을 받았다. 한유는 갑갑한 조정에서 이 눈치 저 시비에 신경쓰는 것보다 지방관 생활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임지에 도착해 보니, 참으로 예상 밖의 골치 아픈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골짜기에 악어 떼가 서식하고 있어서 그로 인한 피해와 불편이 여간 아닙니다. 불시에 덤벼들어 가축을 잡아먹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인명까지 해치곤 합니다. 그 때문에 인심이 흉흉하고 모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현지 하급 관리들로부터 이런 보고를 들은 한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신임 목민관으로서 백성들의 그런 애로사항을 어떻게든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유는 ‘제악어문(祭鰐魚文)’이란 글을 썼다. 말하자면 악어들에 대한 경고문으로서, 일 주일 동안의 여유를 줄 테니 남쪽 바다로 가서 살 것이며, 만약 듣지 않는 경우에는 명사수를 동원하여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자사가 비록 어리석고 약하나, 어찌 악어를 위해 ‘머리를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하여[低首下心(저수하심)]’ 듣겠는가.
“이 제문을 골짜기 입구에 갖다 붙여서 악어들이 잘 보도록 하라.”
한유는 태연히 명했다. 관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불호령을 맞고는 문제의 경고문을 들고 허둥지둥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