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뜻과 음
泣 : 울 읍, 斬 : 벨 참, 馬 : 말 마, 謖 : 일어날 속
풀이
울면서 마속을 벤다는 뜻으로, 대의를 위해서라면 측근이라도 가차없이 제거하는 권력의 공정성과 과단성을 일컫는다.
유래
유비(劉備)와 조조(曹操)가 죽은 뒤 그 자식들과 강동의 손권(孫權)이 각각 ‘솥발의 형세’를 이루어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삼국 시대를 열어 가던 서기 227년의 일이다. 촉(蜀)나라 승상 제갈량(諸葛亮)은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성도(成都)를 출발하여 한중(漢中)을 장악한 다음 기산(祁山)으로 진출하여 위(魏)나라군과 격돌하게 되었다. 당시 위나라 국권을 장악하고 있던 사마의(司馬懿)는 스스로 20만 병력을 이끌고 기산에 달려와 방어진을 구축하고 사활을 건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갈량은 위나라군의 방어진을 깨뜨릴 방안 마련에 골몰했는데, 결전에 앞서 가장 고심한 문제는 보급 수송로의 요충인 가정(街亭)을 어떤 장수에게 맡기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잘 싸우는 병사라 할지라도 배불리 먹어야만 기운이 나는 법이니, 전쟁에서 보급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호적수로 불릴 만큼 전략에 통달하고 계략이 무궁무진한 인물이었고, 제갈량 역시 사마의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가 가정을 기습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전군을 지휘해야 하는 자기가 가정에 가서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구를 보내야 안심할 수 있을까?’
제갈량이 한참 고심하던 중에 스스로 그 임무를 맡겠다고 나선 사람이 마속(馬謖)이란 젊은 장수였다. 제갈량의 절친한 친구일 뿐 아니라 조정 중신인 마양(馬良)의 아우이고, 머리가 비상한 데다 병서를 많이 읽어 군략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는 촉망 받는 인물이었다.
“자원하고 나서니 가상하긴 하다마는 자신 있는가?”
“제가 병법서라면 읽지 않은 책이 없음은 승상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그런 제가 큰 싸움을 감당하는 것도 아니고 일개 전략 요충을 지키는 일 하나 해내지 못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상대는 노회하기 짝이 없는 사마의야. 만약 가정을 잃게 되면 이번 출정은 헛일이 되고 우리는 회군해야 하네.”
“정 그렇게 못 믿으신다면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참형에 처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구나. 다만 군율(軍律)에는 사정(私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렇게 다짐한 제갈량은 마속더러 지형지물을 십분 이용해 길을 굳게 지켜 위나라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섣불리 자리를 움직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한 마속은 나름대로 지세를 살펴본 결과 제갈량의 작전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병력으로 적의 진출입로를 방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것 같고, 그보다는 산 위에다 진을 쳐서 적군을 유인해 역공을 취하는 것이 병법 이론상 훨씬 효과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산 정상에 진을 치고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위나라군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결전을 서두르지 않고 산기슭을 포위한 채 시간만 끌었다. 그럴수록 마속의 병사들은 식수와 식량이 동이 나서 큰 고난을 겪게 되었다.
‘승상의 지시에 따를 걸 공연한 짓을 했구나!’
마속은 크게 후회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자책감과 분노로 입술을 깨문 그는 결사의 각오로 돌진해 내려와 포위망을 뚫으려고 했으나 부하들 대부분은 죽고 그는 구사일생으로 제갈량이 있는 본진에 도착했다. 가정을 적에게 내줌으로써 중원 진출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제갈량은 한중으로 군대를 물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명령을 어긴 마속은 군율에 따라 참수형에 처해졌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많은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제갈량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참으로 아까운 인재요. 다른 사람도 아닌 마양의 아우이고, 나 역시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오. 그러나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기면 그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오이다. 그래 가지고 앞으로 여러 장수와 병사들에게 어떻게 기강을 말할 수 있단 말이오?”
마속은 울면서 제갈량에게 절한 다음 형장으로 향했고,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