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곁에서 -김선광-
나의 사랑은 들꽃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주 자주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면서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이었으면 좋겠다.
긴 사랑의 끝이 오히려 남루할 때가 있나니 키 낮은 풀꽃 뒤에 숨길 수 없는 큰 몸을 하고 파란 입술의 제비꽃아. 나는 얼마를 더 부끄러워하면 되겠느냐.
내 탐욕의 발목을 주저앉히는 바람이 일어 깊이 허리 눕히는 풀잎 곁에서 내 쓰러졌다가 허심(虚心)의 몸으로 일어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