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상식을 보면 늘 마음이 뭉클하고, 또 행복하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시상식도 마찬가지였다.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아온 심석희와 박승희, 김아랑과 공상정, 그리고 맏언니 조해리의 금메달 시상식도 그랬다. 시상식 내내 굵은 비가 내렸다. 흔히 하는 말처럼 금메달을 하늘이 정한다면, 분명 축하의 뜻을 담은 봄비이리라. 손바닥만큼 큰 금메달을 목에 걸고 즐겁게 인터뷰하는 주인공 5명이 갑자기 거인처럼 느껴졌다. 끊임없는 노력해 고난을 헤치고 험난한 도전에 성공했으니까.
시상식 취재를 마치고, 메달 플라자를 나서는데 멀리 쇼트트랙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선수들의 눈물을 얼려 만든 괴물 같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플라자.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을까?’ 그곳에서 만났던 한 선수가 떠올랐다.
사흘 전이다. 쇼트트랙 여자 1,500 m와 남자 1,000 m 출전을 앞둔 선수들을 인터뷰를 하는 자리. 보통 훈련 뒤 인터뷰는 감독과 조율해서 결정하는데, 이날은 여자 심석희와 남자 신다운 선수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준비하는 심석희 뒤에 말없이 서 있는 한 선수가 있었다. 이호석이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넘어져 결승 진출 실패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숨죽인 듯 조용히 서 있었다. 혹시 지나가다 후배 인터뷰를 방해할까 봐 기다리는 것 같았다. 두 선수의 인터뷰를 마치고 이 선수가 민망해할 것 같아서 한마디 던졌다. 솔직히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기자들 모두 그랬을 것이다. “호석 씨 혹시 할 말 있어요?” 그런데 천천히 걸어와 마이크 앞에 섰다.
사실, 윤성빈은 첫 공식 훈련부터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썰매 종목은 홈 텃세가 가장 심한 종목이다. 많이 타서 코스를 익히는 팀이 보통 이기기 때문이다. 많이 타면 코스 벽에 부딪히거나 흔들릴 만한 포인트를 잘 넘겨 당연히 좋은 기록을 낸다. 그래서 러시아는 자기들끼리만 훈련하고 다른 선수들이 길을 볼 수 있는 공식 훈련에는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윤성빈은 불리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느라, 지난해 이 코스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는 꿈도 꾸지 못 했다. 생소한 코스 익히기에 바쁜데, 러시아의 그런 모습에 윤성빈은 오기가 발동했다. 공식 훈련에서 딱 10번, 그리고 1,2차까지 모두 12번 타본 코스에서 기록을 줄이겠다고 과감하게 3차 레이스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12번만으로는 17개의 모든 코스의 미세한 변화까지 살필 수 없었다. 기록을 줄이지 못한 채 16위로 끝냈다. 하지만 절대 실패는 아니다. 윤성빈은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썰매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으니까.
야구에 이런 말이 있다! "포볼을 던지고 싶은 투수도 삼진을 당하고 싶은 타자는 없다." 앞으로 혹시 부진한 선수를 보면, 이 말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세상에는 지고 싶은 선수도, 경기를 망치고 싶은 선수도 없다!"
시상식 취재를 마치고, 메달 플라자를 나서는데 멀리 쇼트트랙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선수들의 눈물을 얼려 만든 괴물 같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플라자.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을까?’ 그곳에서 만났던 한 선수가 떠올랐다.
사흘 전이다. 쇼트트랙 여자 1,500 m와 남자 1,000 m 출전을 앞둔 선수들을 인터뷰를 하는 자리. 보통 훈련 뒤 인터뷰는 감독과 조율해서 결정하는데, 이날은 여자 심석희와 남자 신다운 선수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준비하는 심석희 뒤에 말없이 서 있는 한 선수가 있었다. 이호석이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넘어져 결승 진출 실패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숨죽인 듯 조용히 서 있었다. 혹시 지나가다 후배 인터뷰를 방해할까 봐 기다리는 것 같았다. 두 선수의 인터뷰를 마치고 이 선수가 민망해할 것 같아서 한마디 던졌다. 솔직히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기자들 모두 그랬을 것이다. “호석 씨 혹시 할 말 있어요?” 그런데 천천히 걸어와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힘겹게 시작한 말, "이 경기(남자 5,000m 계주)를 위해 열심히 훈련해온 후배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경기를 보신 국민들께도 죄송하고, 마음고생하실 부모님께도 죄송합니다." 순간 주변이 숙연해졌다. 변명의 기회라도 주고 싶어, 심석희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기억을 살려, 빙질이 안 좋아 선수들이 넘어지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빙판은 모든 선수에게 똑같습니다. 잘못 탄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마이크를 내렸다. 기운 내라고 어깨를 다독이고 인터뷰를 끝냈다. 안타까웠다.
지고 싶은 선수는 없다. 경기를 망치고 싶은 선수도 없다. 이번 대회 대부분 하위권인 설상 종목과 썰매 종목을 취재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두드리는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의 투혼과 도전은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하고 행복하다.
가장 뭉클하게 한 선수는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최재우다. 2차 결선까지 올라 우리 스키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최고의 성적을 거둔 최재우는 한동안 눈 위에 누워 경기장을 떠나지 못 했다. 2차 결선에서 실격했기 때문이다. 12명이 출전한 결선 2차에서 12위, 꼴찌였다. 앞에서 출전한 두 명의 점수가 낮아, 10위까지 가능했던 상황이라 보는 사람들은 그저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최재우가 속내를 드러내자 이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앞의 두 선수가 못했잖아요. 4명만 이기면 6명이 가는 최종(결선)에 갈 수 있을 같았어요. 그래서 3회전 점프하고 시간 좀 당기면 될 것 같아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고난도 3회전 점프를 시도하고, 시간까지 줄여 6위 안에 들겠다고 과감하게 덤빈 것이다. 실제 첫 3회전 점프에 성공했다. 착지까지 좋았는데 너무 속도를 높이다 2번째 점프 대 앞에서 코스를 벗어났다. 코스 중간에 멈춰 섰고, 전광판 최재우의 이름 옆에는 DNF(Do Not Finish)란 글자가 새겨졌다. 실격, 그래서 최종 12위다. 꼴찌! 하지만 자랑스러웠다. 세계의 높은 벽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넘겠다고 나선 최재우. "그렇게 안 했으면 더 후회했을 거야. 할 수 있을 때 잘 한 거야!"
스켈레톤 윤성빈도 마찬가지다. 윤성빈은 남자 스켈레톤 예선 2차 시기에서 9위에 올랐다. 우리 썰매 사상 최초의 기적 같은 톱10 진입이다.
사실, 윤성빈은 첫 공식 훈련부터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썰매 종목은 홈 텃세가 가장 심한 종목이다. 많이 타서 코스를 익히는 팀이 보통 이기기 때문이다. 많이 타면 코스 벽에 부딪히거나 흔들릴 만한 포인트를 잘 넘겨 당연히 좋은 기록을 낸다. 그래서 러시아는 자기들끼리만 훈련하고 다른 선수들이 길을 볼 수 있는 공식 훈련에는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윤성빈은 불리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느라, 지난해 이 코스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는 꿈도 꾸지 못 했다. 생소한 코스 익히기에 바쁜데, 러시아의 그런 모습에 윤성빈은 오기가 발동했다. 공식 훈련에서 딱 10번, 그리고 1,2차까지 모두 12번 타본 코스에서 기록을 줄이겠다고 과감하게 3차 레이스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12번만으로는 17개의 모든 코스의 미세한 변화까지 살필 수 없었다. 기록을 줄이지 못한 채 16위로 끝냈다. 하지만 절대 실패는 아니다. 윤성빈은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썰매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으니까.
야구에 이런 말이 있다! "포볼을 던지고 싶은 투수도 삼진을 당하고 싶은 타자는 없다." 앞으로 혹시 부진한 선수를 보면, 이 말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세상에는 지고 싶은 선수도, 경기를 망치고 싶은 선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