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컴퓨터’를 의미하는 ‘Personal Computer’의 약자인 ‘PC’와 ‘방’을 합쳐 만든 말로, 돈을 내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업소를 의미한다. 1992년 PC방이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메일을 체크할 수 있는 간이 카페의 개념에 가까웠다. 그러나 1996년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고, 1998년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기본 서사로 한 인터넷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PC방은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수 있는 게임방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PC방은 그때까지 젊은이들의 오락 여가 공간 역할을 맡아 하던 당구장이나 탁구장의 기능을 순식간에 떠맡으며 최고의 오락 여가 공간으로 거듭 나게 된다.
초기 PC방은 출입에 제한이 없었고, 초고속 네트워크망과 고성능 컴퓨터를 기본으로 구비하고 최신 게임 소프트웨어를 보유함으로써 더욱 그 인기와 파급효과가 컸다. PC방의 등장으로 인해, 오락거리가 부족했던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별다른 불황 없이 전국적으로 성업하던 만화방이 급속히 쇠퇴하였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을 통한 만화 스캔 공유가 성행하면서 만화방은 더욱 급속하게 존재감을 상실했다. PC방의 유행은 새로운 여가 문화인 소위 ‘○○방 문화’를 촉발시키는 주요 동력이 되었다.
‘보드게임방’, ‘소주방’, 온라인상의 ‘채팅방’, ‘편의방’, ‘셀프 메이크업방’에서부터, 마음껏 괴성을 지르거나 접시를 깨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방’, 점을 보는 ‘점술방’, 자신의 노래를 CD에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녹음방’, 러닝머신에 산소발생기를 달아 쾌적한 환경에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유산소 달림방’, 기존의 디지털 방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복합시설 공간인 이른바 ‘디지털 복합방’에 이르기까지 PC방의 성공은 다양한 방 문화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방 문화의 유행 속에서 2000년대 들어 미장원은 머리방으로, 어린이들의 교육시설은 놀이방으로, 목욕탕은 찜질방으로 간판을 바꿔 걸었다. 그러나 정작 방 문화에 불을 붙인 PC방은 해킹과 사이버 폭력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2000년대에 고속 인터넷 전용선이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PC방 (대중문화사전, 2009., 김기란, 최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