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의 새로운 연애 수단이자 커뮤니케이션 기기인 삐삐를 보며 당신과 나 사이에 삐삐가 있었더라면 가슴 아픈 이별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한 386세대들이 많았다. 불야성을 이룬 주말 신촌 거리에서 삐삐에 새겨진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것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90년대의 풍경이었다. 삐삐는 휴대용 무선호출기 또는 무선호출 단말기 중 하나다. 삐삐라는 명칭은 기기의 호출 알림 소리에서 유래했다.
1983년 국내 무선호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등장한 삐삐는 처음에는 기업의 사업용 통신수단으로 이용되었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 폭발적인 수요를 자랑하며 1997년에는 가입자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일반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삐삐는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이전의 대표적 휴대 통신기기로 이동 중에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통신 기기로 여겨졌다. 삐삐는 휴대전화와 달리 선택적으로 응답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 정보 유출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2000년에 들어와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인기가 사그러들었지만, 현재도 무선호출 서비스 가입자의 식별 번호인 012와 015를 통해 삐삐를 이용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삐삐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2009년 현재 012(리얼텔레콤) 번호 2만 5,000명, 015(서울이동통신) 번호 1만 8,000명 등 모두 4만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삐삐 (대중문화사전, 2009., 김기란, 최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