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비상식적이고 괴이한 일에 흥미는 느끼는 것 또는 그런 일’이다. 그렇지만 보통 엽기라고 하면 비상식적일 정도로 엉뚱하거나 황당한 상황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국내에서 엽기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엽기의 시작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유행하던 엽기적인 느낌을 주는 기괴한 사진들이다. 엽기 사진들은 대부분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하여 보는 이에게 공포감과 혐오감을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엽기 사진들을 시작으로 인터넷에서는 엽기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국내에서 엽기 열풍이 계속되면서, 기괴하기보다는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것으로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 엽기적인 것으로 수용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고 상식을 뒤엎는 기발한 것들에 엽기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고 그 기발함에서 허를 찌르는 웃음이 유발되었다. 가령 2001년 길거리 좌판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엽기 토끼’ 캐릭터는 화장실 변기를 뚫는 펌프를 머리에 달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토끼 인형이었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귀여운 모습의 토끼라는 고정 관념을 뒤집은 기발한 착상으로 엽기 토끼는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모은 인터넷소설 《엽기적인 그녀》가 영화화되면서 엽기라는 용어는 더욱 유행하게 되었다. 다방면에 능력을 갖춘 만능 소녀지만 지나치게 활발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한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통해 엽기는 밝은 이미지로 바뀌었다. 엽기라는 단어는 많은 명사와 결합하여 응용되었는데 ‘엽기녀’, ‘엽기 유머’, ‘엽기 소설’, ‘엽기 문화’, ‘엽기 사진’ 등이 그 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엽기 (대중문화사전, 2009., 김기란, 최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