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
1 어머니의 외출
아 버 지 : 얘들아, X V 소리 좀 줄이면 좋겠구나. 그런데 엄마는 어
디 가셨니?
민 영 : 예,그런데 아버지, 아무래도 좀 이상해요. 연락도 없으시
고, 메모도 남기지 않으시고....
민 수 : 장보러 가시지도 않았나 봐요. 여태 안 오시는 걸 보니
까. 난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신 게 제일 싫더라. 누나, 안
그래?
민 영 : 우리만 그러니? 아버지도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기분이
언짢으신가 봐. 아버지,우리 저녁 어떻게 하지요?
민 수 : 그야 당연히 누나가 해야지, 여자니까… ‘ .
민 영 : 뭐야, 요즘 세상에 여자 남자가 어디 있어?
아 버 지 : 다투지들 마라. 둥산 가면 내가 잘하는 일품 요리 있잖
니? 내가 솜씨를 발휘할 테니까 너희들은 거들기나 하렴.
민 수 : 어휴! 제발 참으세요. 차라리 누나한테 맡기는 게 좋으실
텐데… 누님, 한번만 부탁합니다.
민 영 : 흥, 넌 아쉬울 때만 나한테 아양을 떨더라.
127128 제 45 과 가정
1. 입원한 고모
민영엄마 : 당신, 걱정 많이 하셨지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연락할 새
도 없었어요. ^
민영아빠 :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아이들 앞이라 내색도
못 하고, 별별 생각을 다 했소.
민영엄마 : 청파동 고모가 교통사고를 냈어요. 당신한테 연락은 안되
고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정말 십년감수했어요.
민영아빠 : 뭐라고? 그래 어디 많이 다쳤소?
민영엄마 : 차는 망가졌지만 다행히도 생명에는 별지장이 없대요. 머
리를 다쳤을까 봐 몹시 걱정했는데 사진 찍어 보니까 괜
찮대요.
민영아빠 : 그만 하길 천만다행이군. 그 애가 요즘 너무 돌아다니더
라니! 남편도 외국에 나가 있는데 혼자서 큰일날 뻔했지.
민영엄마 : 처음엔 피투성이에다 머리를 부딪쳤다고 하는 바람에 얼
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응급실에 누워 있는 걸 보니 팬히
‘ 눈물이 쏟아지고 옛날에 하찮은 일로 다툰 게 다 후회스
Ѐ더군요.
민영아빠 아무튼 다음엔 아무리 급하더라도 전화부터 해요.제 45 과 가정 129
^ 국제 전화
민영아빠 : 정 서방인가? 여기 서울 장충동일세. 자다 깬 모양이군.
정 교수 : 아, 형님이시군요. 모두 편안하시조? 그런데 지금 여긴 새
벽 세 신데 웬일이세요?
민영아빠 ᅮ 웅, 다 잘 있네. 연구하는 일은 잘 되어간다면서? 다름이
아니라 자네 처가 전화를 해 달라고 해서 걸었네.
정 교수 : 옆에 있으면 좀 바꿔 주세요.
민영아빠 : 우리 집에 온 게 아니고, 사실은 지금 병원에 있네. 별일
은 아니고 차 몰고 다니다 좀 다쳤어.
정 교수 : 네에? 뭐라고요? 많이 다친 거 아닙니까? 제가 곧 귀국하
도록 하겠습니다.
민영아빠 : 3주만 있으면 된다니까 진정하게나. 놀랄 것 같아 알리지
않으려고 했네만 그래도 자네한테 안 알릴 수야 있나? 우
리 내외가 잘 돌볼 테니 안심하게.
정 교수 : 시골 저희 어머님께 돌봐 달라고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정말 제가 안 나가도 팬찮은 겁니까?
민영아빠 : 기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뭘 그만한 일로 왔다갔다 하겠
나?
와. 시누이
시 누 이 : 언니, 나 여기 들어온지 며칠째조? 집안일도 바쁠 텐데130 제 45 과 가정
이렇게 매일 내 시중 들러 와서 어떻게 하지요?
올 케 : 원, 별소릴 다 하네요. 고모가 아파 누워 있는데 내가 봐
주지 않으면 누가 봐줘요?
시 누 이 : 시집가기 전에도 언니를 공연히 괴롭히고 말썽만 부렸는
데 시집가서도 폐만 끼치니 언니 볼 면목이 없어요.
올 케 : 우린 이제 미운 정 고 운 정 다 들었잖우. 고모도 결혼하
고 나이 먹더니 이제 많이 달라졌어요.
시 누 이 :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이 세상에 오빠, 언니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언니가 어머니처Ͽ 느껴진다니
까요.
올 케 : 뭐니뭐니 해도 형제끼리 우애 있고 화목하게 지내는 게
제일이에요. 더구나 우리 집은 오누이밖에 없잖아요?
시 누 이 : 출가외인 이라는데 나도 친정 신세 좀 면해야 언니가 편할
텐데….
올 케 : 어서 낫기나 해요. 뭐니뭐니 해도 결혼한 여자한테는 친
정이 제일 마음 편하지요.
1. 가족간의 사랑
가정이란 부부를 핵으로 한 가족 공동체이다. 애정에 의하여 부부가
맺어지고, 아이를 낳아 애정이 발전하고, 부모와 자녀와 형제 자매 사
이의 관계에서 가족간의 사랑이 생겨난다.
가정에 있어서의 사랑은 다른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다. 부부와 자녀, 그리고 형제간의 사랑은 서로 통제하고 제약제 45 과 가정 131
하나 이에 대하여 불편하다든가 부당하다든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시킬 의무가 있지만, 이것을 의무로
하기보다는 사랑으로 하므로 어떤 불편도 느끼지 않고, 자녀는 부모에
게 복종하고 그 부모를 돌보아야 하나 그것이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간의 사랑은 타산적이 아니다. 서로 의지하므로 정신적이든 물
질적이든 무엇이든 주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부모는 무엇이나 자녀
에게 주고 싶어하고, 형제간에는 서로 내 것 네 것 구별하지 않는다.
또 가족간에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해도 이해가 된다. 밖에서는 이치
를 따지며 사는 사람도 가정에서는 별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가족간의 친함이 그런 합리성을 생각하지 않게 함이리라.
가정은 이렇게 다른 어느 집단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랑이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에 건전하게 발전될 수도 있지만 잘못하다가는 그릇된
방향으로 나가기도 쉽다. 만일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정의감이나 진실
성이 없다면, 더구나 그것이 그 가정에 영향력이 있는 가장이라면, 그
가족 전체는 그릇된 방향으로 나갈 위험도 있다. 가족이 서로 믿고 사
랑하다가 보면 경우에 따라서 해야 할 정당한 비판 능력을 잃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마다 한마디로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규율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자녀들이 스스로 자기 규제를 하
고, 혼자의 힘으로 자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정은 신뢰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곳이다. 그러한 분
와기에서 부모나 자녀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의논하고 귀
를 기울여 줄 때, 그들은 서로 단단한 울타리 안에 들어 있음을 확인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