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준호 씨와 왕동 씨는 베이징 역에 왔습니다.
준호: 왕동 씨, 고향까지 기차로 얼마나 걸리나요?
왕동: 스무 시간 정도 가야 해요. 침대가 있어서, 한숨 자고 나면 도착하지요. 준호 씨는 어디 가신다고 했죠?
준호: 저는 이번에 옌볜 지방과 백두산 쪽으로 여행을 할 계획이에요.
왕동: 꽤 높은 산이지요. 정상에 올라서 천지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준호: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고들 하더군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왕동: 제가 갔을 때에도 비가 왔었어요. 게다가 안개가 많이 끼어서 천지를 보지는 못했어요.
준호: 이번에는 날씨가 좋기를 바랄 뿐입니다.
왕동: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2) 유민 씨와 최지애 씨는 점심을 먹으면서 방학 계획을 이야기합니다.
지애: 고향에 간다면서? 언제 떠나?
유민: 내일 모레 갈 생각이야. 기차표도 미리 사 두었어.
지애: 방학 때 특별한 계획 있어?
유민: 고향에 내려가자마자 오빠 결혼식이 있어서 좀 바쁠 것 같아. 그리고 나서는, 고향 근처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할 생각이야.
지애: 그렇구나. 봉사 활동은 혼자서 하는 거야?
유민: 아니야. 큰 도시의 대학생들 열 명 가량이 같이 하는 거야.
지애: 힘은 들어도 꽤 보람 있는 일이겠다.
유민: 맞아. 나의 작은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준다고 생각하면, 무척 즐겁고 기뻐.
지애: 올해 처음 가는 거야?
유민: 아니야, 작년에도 갔었어. 한달 동안 있다가 왔지. 헤어질 때는 아이들도 나도 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헤어지는 걸 아쉬워했었어.
지애: 같은 과의 친구들 중에서 함께 가는 사람 있어?
유민: 아니, 없어. 나랑 친한 친구들은 이번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느라 바쁘대.
(3) 7월 20일 아르바이트
오늘은 아르바이트 첫날이다. 어제 한 선배로부터 연락이 와서 하게 된 일이다. “한국 도서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관에서 안내할 사람이 필요한데, 할수 있겠니?”선배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바로 이렇게 답을 했다.
“그럼요, 저 한국어 잘해요.”
선배는 무척 반가워하며,
“그럼, 복장 단정히 하고, 내일 아침 8시까지 전시장으로 와.”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무슨 용기로 덜컥 승낙을 했을까?’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 유학 와 있는 한국 친구들과는 그래도 제법 이야기를 할수 있지만, 그건 친구들이 날 많이 이해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안내를 해야 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나니 아침부터 조금 피곤했다. 하지만 기왕하기로 결정한 일,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집을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안내원 명찰을 달고 전시장 2층의 안내를 맡게 됐다. 전시장 바깥에서 안내를 맡은 남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지만, 2층은 냉방이 잘 돼서 시원했다.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에게 안내해야 할 일이 단순한 것이어서,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는 사람이 제일 많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의 서적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전시장에 안내 표시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은 오른쪽으로 돌아서 50미터 정도 가시면 있습니다.” 이 마을 300번 정도는 한 것 같다.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다 보니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작년에 이곳과 비슷한 전시장을 손님으로 찾았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불친절한 안내원 때문에 전시회 전체에 대한 인상이 무척 안 좋았던 일이었다. ‘나 하나 때문에 여기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 불친절하게 보이면 안 돼.’ 나는 좀더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아르바이트 학행들과 전시회 관계자들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오늘 활동을 평가했다. 허리가 뻐근하고 목도 아팠지만, 그래도 보람 있는 하루였다.